들어가며
이런 식을 배울 때 아무 설명 없이 "외우세요"를 들었다면 납득이 안 된 게 당연합니다.
$$\log(AB) = \log A + \log B$$왜 곱셈이 갑자기 덧셈이 되는 걸까요? 규칙을 외우는 것과 왜 그렇게 되는지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 줄로 먼저 말하면 — 로그는 지수를 꺼내는 함수이고, 지수의 세계에서는 곱셈이 원래부터 덧셈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지수 법칙에서 직접 출발해 단계별로 유도하겠습니다.
왜 이게 중요한가 — 계산자 이야기
전자계산기가 없던 시대, 공학자들은 계산자(slide rule) 로 곱셈을 했습니다. 계산자는 두 자(ruler)를 서로 밀어서 눈금을 읽는 도구인데, 눈금이 일정 간격이 아니라 로그 척도로 새겨져 있습니다.
핵심 아이디어: 로그 척도에서는 두 구간의 길이가 각각 \(\log A\)와 \(\log B\)이기 때문에, 자를 붙여서 두 길이를 물리적으로 더하면 \(\log A + \log B = \log(AB)\)가 됩니다. 즉 미끄러트리는 동작 하나가 곱셈 한 번입니다.
1970년대까지 달 착륙 계산, 항공기 설계에 실제로 쓰인 이 도구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등식 덕분이었습니다.
1단계 — 지수 법칙에서 출발
먼저 지수부터 봅시다. 지수에서는 이미 곱셈이 덧셈처럼 작동합니다.
$$10^2 \times 10^3 = 10^{2+3} = 10^5$$왜냐하면 \(10^2 = 10\times10\) 이고 \(10^3 = 10\times10\times10\) 이므로, 두 개를 곱하면 10을 다섯 번 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수끼리는 더합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밑 \(a\)에 대해:
$$a^p \times a^q = a^{p+q}$$이것이 이 글의 모든 것입니다. 나머지는 이 한 줄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2단계 — 로그는 지수를 꺼내는 함수
로그의 정의를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a^p = M\) 이면 \(\log_a M = p\)
다시 말해, **"M이 되려면 a를 몇 번 거듭제곱해야 하나"**를 묻는 함수가 로그입니다. 지수를 입력으로 넣으면 수가 나오는 게 지수함수고, 수를 입력으로 넣으면 지수가 나오는 게 로그함수입니다.
예시 몇 개로 감을 잡아 봅시다. 밑은 10으로 통일합니다.
- \(10^2 = 100\) 이므로 \(\log_{10} 100 = 2\)
- \(10^3 = 1000\) 이므로 \(\log_{10} 1000 = 3\)
- \(10^{0.5} = \sqrt{10} \approx 3.162\) 이므로 \(\log_{10} 3.162 \approx 0.5\)
- \(10^0 = 1\) 이므로 \(\log_{10} 1 = 0\)
로그를 구하는 방법은 복잡하지만, 지금은 정의만 쥐고 있으면 충분합니다.
3단계 — 법칙 직접 유도
이제 \(\log(AB) = \log A + \log B\)를 직접 보여 봅니다.
\(A\)와 \(B\)를 임의의 양수라고 하겠습니다. 각자의 로그값을 이름 붙입니다.
$$\log_{10} A = p \qquad \Longleftrightarrow \qquad A = 10^p$$$$\log_{10} B = q \qquad \Longleftrightarrow \qquad B = 10^q$$이제 \(A \times B\)를 계산합니다.
$$A \times B = 10^p \times 10^q = 10^{p+q}$$마지막 등호는 1단계의 지수 법칙입니다. 이제 양변에 \(\log_{10}\)을 취합니다.
$$\log_{10}(A \times B) = \log_{10}(10^{p+q}) = p + q$$그런데 \(p = \log_{10} A\), \(q = \log_{10} B\)였으므로:
$$\boxed{\log_{10}(AB) = \log_{10} A + \log_{10} B}$$유도 끝입니다. "마법"이 아니라, 지수 법칙을 로그 언어로 다시 쓴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나눗셈도 유도됩니다. \(A \div B = 10^p \div 10^q = 10^{p-q}\) 이므로, 양변에 로그를 취하면 \(\log(A \div B) = p - q\), 즉:
$$\log(A \div B) = \log A - \log B$$거듭제곱 법칙도 한 단계씩
\(\log(A^n) = n\log A\) 역시 "그냥 그렇다"가 아니라, 곱셈 법칙과 똑같은 방식으로 건너뛰지 않고 보여줄 수 있습니다. 출발점도 같습니다 — \(A = 10^p\) (즉 \(p = \log_{10} A\)).
먼저 \(A^n\) 을 지수 꼴로 바꿉니다.
$$A^n = (10^p)^n$$여기서 \((10^p)^n = 10^{np}\) 인데, 이건 새 규칙이 아니라 1단계의 \(a^p \times a^q = a^{p+q}\) 에서 바로 나옵니다. \((10^p)^n\) 은 \(10^p\) 을 \(n\)번 곱한 것이니까요.
$$(10^p)^n = \underbrace{10^p \times 10^p \times \cdots \times 10^p}_{n\text{개}} = 10^{\,p + p + \cdots + p} = 10^{np}$$지수 자리에서 \(p\) 를 \(n\)번 더하므로 \(np\) 가 됩니다. 따라서
$$A^n = 10^{np}$$이제 양변에 \(\log_{10}\) 을 취합니다.
$$\log_{10}(A^n) = \log_{10}\left(10^{np}\right) = np$$마지막으로 \(p = \log_{10} A\) 를 되돌려 넣으면:
$$\boxed{\log_{10}(A^n) = n\log_{10} A}$$숫자로 확인 — \(A = 100,\ n = 3\) 으로 해 봅시다. \(\log 100 = 2\) 이므로 법칙에 따르면 \(\log(100^3) = 3 \times 2 = 6\). 실제로 \(100^3 = 1{,}000{,}000 = 10^6\) 이라 \(\log(10^6) = 6\) — 정확히 일치합니다. ✓
곱셈·나눗셈·거듭제곱 세 법칙 모두 지수 법칙 하나에서 나옵니다.
숫자로 직접 확인 — 4 × 5 = 20
추상적으로 이해했으면 숫자로 한 번 더 확인해 봅시다.
$$\log_{10} 4 \approx 0.602, \qquad \log_{10} 5 \approx 0.699$$법칙에 따르면:
$$\log_{10} 4 + \log_{10} 5 \approx 0.602 + 0.699 = 1.301$$그리고 실제로:
$$\log_{10} 20 \approx 1.301 \checkmark$$계산자로 하면 이렇습니다. 고정된 자의 "4" 위치에 미끄러지는 자의 "1"(=\(10^0\))을 맞춥니다. 그다음 미끄러지는 자의 "5" 위치를 읽으면 고정된 자가 "20"을 가리킵니다. 물리적 덧셈 한 번으로 \(4 \times 5 = 20\)이 나온 겁니다.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이유
이 법칙이 일상에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자연에서 "배수 증가"가 반복될 때마다 로그가 더 직관적인 언어가 되기 때문입니다.
데시벨(dB): 소리 에너지가 10배 증가할 때마다 +10dB로 정의합니다.
$$\text{dB} = 10 \log_{10}\left(\frac{I}{I_0}\right)$$에너지가 100배가 되면 \(\log 100 = 2\)이므로 +20dB, 1000배면 +30dB — 배수를 덧셈으로 다룰 수 있어서 엔지니어들이 신호를 다룰 때 편리합니다.
pH: 수용액의 수소이온 농도 \([\text{H}^+]\)를 로그로 나타냅니다.
$$\text{pH} = -\log_{10}[\text{H}^+]$$이온 농도가 10배 증가하면 pH가 1만큼 줄어듭니다. 농도 변화를 곱셈이 아닌 덧셈/뺄셈으로 다룰 수 있기 때문에 화학자들이 이 척도를 씁니다.
리히터 규모: 지진 에너지도 로그 척도. 규모 6은 규모 5보다 에너지가 \(\sqrt{1000} \approx 31.6\)배 강합니다.
세 분야 모두 "크기가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있을 때 로그로 다루면 덧셈·뺄셈이 된다"는 같은 원리를 씁니다.
직접 만져 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A와 B를 조절하면 로그 수직선 위의 막대 길이가 바뀝니다. 파란 막대(\(\log A\))와 주황 막대(\(\log B\))의 합이 초록 점(\(A \times B\))에 정확히 맞닿는지 확인해 보세요. 화면 아래 검산 패널에서 수치로도 같은지 볼 수 있습니다.
프리셋 "10×10 = 100"을 누르면 파란(log 10 = 1.000)과 주황(log 10 = 1.000)이 딱 절반씩 채우고 합이 2.000 = log 100이 되는 것이 가장 직관적으로 보입니다.
핵심 정리
| 법칙 | 식 | 직관 |
|---|---|---|
| 곱 → 합 | \(\log(AB) = \log A + \log B\) | 지수가 더해진다 |
| 나눗셈 → 차 | \(\log(A/B) = \log A - \log B\) | 지수가 빼진다 |
| 거듭제곱 → 곱 | \(\log(A^n) = n\log A\) | 지수가 n배 된다 |
세 법칙 모두 지수 법칙 \(a^p \times a^q = a^{p+q}\) 하나에서 나옵니다. 로그를 "외운다"면 이 한 줄을 외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의할 점:
$$\log(A + B) \neq \log A + \log B$$합의 로그는 덧셈으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로그 법칙은 "합"이 아니라 "곱"에만 작동합니다. 위의 틀린 식을 맞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세요.
AI로 이런 걸 공부할 때
"log(AB) = log A + log B를 증명해 줘"라고 물으면 AI는 대부분 정확하게 유도해 줍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 계산에서 작은 실수가 종종 나옵니다. 위 인터랙티브처럼 "직접 계산해서 두 방법의 값을 동시에 보여주는 도구"와 함께 쓰면, AI가 제시한 수치가 맞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유용하게 물어볼 질문 예시:
- "log 변환이 왜 기계 학습에서 자주 쓰이나요?" (분포 왜도 보정, 곱 확률의 합 변환)
- "자연로그와 상용로그는 실전에서 어떻게 구분해서 쓰나요?"
마치며
로그는 새로운 규칙이 아닙니다. 지수 법칙을 "지수를 꺼내는 방향"으로 다시 쓴 것입니다. 그래서 곱셈이 덧셈이 되는 것이고, 그 덕분에 계산자가 작동하고 데시벨과 pH가 직관적인 단위가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수의 밑이 왜 하필 \(e = 2.718\ldots\)가 되면 미분이 가장 깔끔해지는지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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