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절댓값을 처음 배울 때 이렇게 외웠을 겁니다.

"음수면 부호를 떼고, 양수면 그대로 둔다."

그래서 \(|-5| = 5\), \(|3| = 3\). 규칙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럴까요? 절댓값 기호가 일종의 '마이너스 제거기'라서일까요?

아닙니다. 이 글은 절댓값의 진짜 정체를 한 단어로 풀어냅니다 — 거리. (절댓값 기호 \(|x|\)는 어떤 수 \(x\)를 세로 막대 두 개로 감싼 것으로, "\(x\)의 절댓값"이라고 읽습니다.)

1. 절댓값은 거리다

수직선을 떠올려 봅시다. 0이 한가운데(이 0의 자리를 원점이라고 합니다) 있고, 오른쪽으로 양수, 왼쪽으로 음수가 늘어선 직선입니다.

절댓값 \(|x|\)는 이 수직선에서 \(x\)가 원점(0)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즉 거리입니다. 거리에는 '어느 쪽'이라는 방향이 없습니다. 왼쪽으로 5칸이든 오른쪽으로 5칸이든, 떨어진 정도는 똑같이 5입니다.

그래서 \(|-5| = 5\)이고 \(|5| = 5\)입니다. \(-5\)와 \(5\)는 원점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에 있지만, 원점에서 똑같이 5칸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2. 왜 절댓값은 항상 0 이상인가

거리라는 관점은 절댓값의 가장 헷갈리는 성질을 단번에 설명합니다. 절댓값은 절대 음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두 점 사이의 거리가 "\(-3\)칸 떨어졌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거리는 '얼마나 떨어졌나'를 재는 양이고, 떨어진 정도에는 음수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경우라야 0(같은 자리)이고, 그보다 작아질 수는 없습니다.

$$ |x| \ge 0 $$

원점에 딱 붙어 있을 때(\(x = 0\))만 거리가 0이고, 원점에서 멀어질수록 —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 거리는 커지기만 합니다.

3. '부호 떼기' 규칙의 정체

그렇다면 처음의 암기 규칙은 틀린 걸까요? 아닙니다. 거리라는 정의를 식으로 옮기면 바로 그 규칙이 나옵니다.

$$ |x| = \begin{cases} x & (x \ge 0) \\ -x & (x < 0) \end{cases} $$

\(x\)가 0 이상이면, 원점에서의 거리는 \(x\) 그 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3| = 3\)이죠.

\(x\)가 음수이면, 거리는 \(-x\)입니다. 여기서 \(-x\)를 '음수'로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x\)는 "\(x\)의 부호를 뒤집은 수"라는 뜻이고, \(x\)가 이미 음수라면 그 반대는 양수가 됩니다.

$$ |-5| = -(-5) = 5 $$

즉 음수 앞에 붙은 \(-\) 기호는 부호를 그냥 '떼는' 게 아니라, 음수를 그 양수 쌍둥이로 뒤집는 역할을 합니다. 두 경우 모두 결과는 원점까지의 거리, 곧 0 이상의 수입니다.

4. 직접 해보기

아래 수직선에서 슬라이더로 점을 좌우로 움직여 보세요. 원점에서 점까지의 거리 막대가 늘었다 줄어들지만, 점이 0을 지나 왼쪽으로 가도 거리는 절대 음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점 \(x\)와 그 반대편 \(-x\)가 원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쌍둥이라는 것도 함께 보입니다.

절댓값은 거리다 — 수직선에서 원점까지
슬라이더로 점 x를 −6에서 6까지 움직여 보세요. 황색 막대가 원점에서 점까지의 거리, 곧 절댓값입니다. 0을 지나도 길이는 음수가 되지 않습니다. 흐린 점은 같은 거리에 있는 반대편 쌍둥이입니다.

5. 거리로 보면 더 멀리 간다

절댓값을 거리로 이해하면, 외울 것이 하나 늘어나는 대신 여러 개념이 한꺼번에 풀립니다.

  • 두 수 \(a\)와 \(b\) 사이의 거리는 \(|a - b|\)입니다. \(|a-b|\)와 \(|b-a|\)가 같은 까닭도 분명해집니다 — 거리에는 방향이 없으니까요.
  • 나중에 복소수를 배우면, 복소평면에서 한 점이 원점에서 떨어진 거리를 똑같이 절댓값(크기)이라 부릅니다. 무대가 수직선에서 평면으로 넓어져도 '원점까지의 거리'라는 뜻은 그대로입니다.

핵심 정리

  • 절댓값 \(|x|\)는 수직선에서 \(x\)가 원점에서 떨어진 거리다.
  • 거리에는 방향이 없으므로 \(|-5| = |5| = 5\)이고, \(|x| \ge 0\)이 항상 성립한다.
  • '음수면 부호 떼기'는 거리 정의의 결과일 뿐이다: \(x < 0\)일 때 \(-x\)는 음수를 그 양수 쌍둥이로 뒤집는다.
  • \(|a - b|\)는 두 수 사이의 거리 — 절댓값을 거리로 보면 자연스럽게 일반화된다.

"절댓값이 왜 양수지?" 싶을 때마다 수직선 위의 거리를 떠올리세요. 거리는 음수가 될 수 없다 —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수는 왜 자연수에서 복소수까지 계속 넓어졌나 (절댓값이 사는 무대인 수직선과 실수 이야기) · 이항하면 왜 부호가 바뀌나 ('외운 규칙'의 진짜 이유를 파헤치는 같은 결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