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방정식을 정직하게, 한 줄씩 맞는 산술로 풀었는데, 막상 답을 원래 식에 넣어보니 거짓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풀이 과정 어디에도 계산 실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답은 가짜입니다.

이렇게 풀이 과정에서 슬쩍 끼어든 가짜 답을 무연근(無延根, 영어로는 extraneous root)이라고 부릅니다. "근"은 방정식의 답을 가리키는 말이니, 무연근은 풀어보면 나오지만 사실은 해가 아닌 수입니다.

무연근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두 가지 서로 다른 원인으로 생깁니다.

  • 무리방정식(\(\sqrt{\ }\)이 들어간 방정식)은 양변을 제곱하는 순간 생깁니다.
  • 분수방정식(미지수가 분모에 있는 방정식)은 분모를 곱해 없애는 순간 생깁니다.

두 경우를 하나씩 풀어보면, 둘 다 "방정식을 다루기 쉽게 바꾸는 조작이, 사실은 정보를 하나씩 지우고 있었다"는 같은 함정의 다른 얼굴임을 알 수 있습니다.

1. 무리방정식 — 제곱이 부호를 지운다

다음 방정식을 풀어 봅시다.

$$ \sqrt{x+2} = x $$

직관 한 줄: 좌변은 제곱근이라 결과가 항상 0 이상입니다. 그러니 이 등식이 참이려면 우변 \(x\)도 반드시 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처음부터 숨어 있습니다.

풀어서 보면: 양변을 제곱하면 √ 기호가 사라져 풀기 쉬운 식이 됩니다.

$$x + 2 = x^2$$$$x^2 - x - 2 = 0$$$$ (x-2)(x+1) = 0 $$

그래서 \(x = 2\) 또는 \(x = -1\)이 나옵니다. 그런데 둘 다 원래 식에 검산해 보면:

  • \(x = 2\): \(\sqrt{2+2} = \sqrt{4} = 2\), 우변도 \(2\) → 성립
  • \(x = -1\): \(\sqrt{-1+2} = \sqrt{1} = 1\), 그런데 우변은 \(-1\) → \(1 \ne -1\) → 거짓

\(x = -1\)은 산술은 멀쩡한데 원래 방정식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무연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제곱은 음수와 양수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3^2 = 9\)이고 \((-3)^2 = 9\)이니, 제곱한 결과만 보고는 원래 수가 \(3\)이었는지 \(-3\)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일이 방정식에도 일어납니다. 양변을 제곱하면, 원래 방정식 \(\sqrt{x+2} = x\)뿐 아니라 그 부호를 뒤집은 "쌍둥이 방정식" \(\sqrt{x+2} = -x\)까지 똑같이 만족하는 식이 만들어집니다.

$$\left(\sqrt{x+2}\right)^2 = x^2 \qquad \text{그리고} \qquad \left(\sqrt{x+2}\right)^2 = (-x)^2$$

두 식의 좌변은 똑같이 \(x+2\)이므로, 제곱하고 나면 \(x+2=x^2\) 하나로 합쳐져 버립니다. 실제로 \(x=-1\)을 쌍둥이 방정식에 넣어보면 \(\sqrt{1} = 1 = -(-1)\)이 성립합니다 — \(x=-1\)은 쌍둥이 방정식의 진짜 해였던 겁니다. 제곱이 "부호"라는 정보를 지워버려서, 본래 따로였던 두 방정식의 해가 한 풀이 과정 안에 섞여 들어온 것입니다.

2. 분수방정식 — 분모 곱하기가 '0 금지' 약속을 지운다

이번엔 분모에 미지수가 있는 방정식입니다.

$$ \frac{x}{x-1} = \frac{1}{x-1} + 2 $$

직관 한 줄: 분수방정식에는 말하지 않아도 깔려 있는 약속이 있습니다 — "분모는 0이 될 수 없다." 분모가 \(x - 1\)이니, 이 방정식은 처음부터 \(x \ne 1\)이라는 조건을 깔고 시작합니다.

풀어서 보면: 분모를 없애려고 양변에 \(x-1\)을 곱합니다.

$$ x = 1 + 2(x-1) $$$$ x = 2x - 1 $$$$ x = 1 $$

깔끔하게 \(x=1\)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값을 원래 식에 넣어보면, 분모가 \(x - 1 = 0\)이 되어 식 자체가 정의되지 않습니다. 즉 풀이가 내놓은 답이, 사실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았던 값이었던 겁니다. 이 방정식은 진짜로는 해가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양변에 같은 것을 곱하는 일 자체는 등호(저울)의 균형을 깨지 않습니다(이항이 양변에서 같은 것을 빼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곱했는가입니다. 여기서 곱한 것은 \(x-1\)인데, 이건 고정된 수가 아니라 미지수를 포함한 식입니다. 만약 \(x=1\)이라면 사실상 양변에 \(0\)을 곱한 셈이 됩니다.

$$ 0 \times (\text{왼쪽}) = 0 \times (\text{오른쪽}) $$

양변에 \(0\)을 곱하면 항상 \(0 = 0\)이 되어버립니다 — 원래 두 변이 같았는지와는 상관없이 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미지수가 들어간 식을 양변에 곱해 분모를 지우는 순간, "그 식이 \(0\)이 되는 값은 답에서 제외한다"는 단서를 반드시 따로 챙겨야 합니다. 분모를 곱해 없애는 조작이 겉보기엔 식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지만, 동시에 "분모 ≠ 0"이라는 제한 정보를 식 밖으로 들고 나가 버리는 셈입니다.

3. 직접 해보기

아래에서 두 시나리오를 토글로 바꿔가며 가짜 근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직접 봅니다. 무리방정식 쪽은 '양변 제곱' 전후로 그래프의 교점이 어떻게 늘어나는지, 분수방정식 쪽은 '분모 곱하기' 전후로 \(x=1\) 지점이 폭발하는 점에서 평범한 점으로 어떻게 위장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무연근의 두 얼굴 — 제곱과 분모 곱하기
위: √(x+2)=x를 제곱하기 전/후로 토글하면, 제곱 후에는 원래 없던 교점(x=−1)이 추가로 나타납니다. 아래: x/(x−1)=1/(x−1)+2에서 분모를 곱해 없애기 전/후를 토글하면, x=1에서 치솟던 그래프가 평범한 직선의 한 점으로 위장됩니다.

핵심 정리

  • 무연근은 풀이 과정의 산술은 맞지만, 원래 방정식을 검산하면 만족하지 않는 가짜 답이다.
  • 무리방정식: 양변을 제곱하면 부호 정보가 사라져, 원래 방정식과 그 부호를 뒤집은 "쌍둥이 방정식"의 해가 하나로 합쳐진다.
  • 분수방정식: 분모(미지수가 포함된 식)를 곱해 없애면, 그 식이 \(0\)이 되는 값(분모를 \(0\)으로 만드는 값)에서 "곱한 값이 \(0\)이라 식이 거저 성립해 버리는" 함정이 생긴다.
  • 그래서 두 경우 모두, 풀이의 마지막 단계는 항상 원래 방정식에 답을 직접 대입해 검산하는 것이다.

"풀었으니 끝"이 아니라 "풀었으니 검산"입니다 — 제곱과 분모 곱하기, 이 두 조작을 썼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등호는 '넘기기'가 아니라 저울이다 (양변에 같은 조작을 하는 게 왜 안전한지, 이 글의 출발점) · √(A−B)는 왜 √A−√B로 못 쪼개나 (제곱근을 다룰 때 흔히 빠지는 또 다른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