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큰 수를 다루다 보면 로그를 씌워서 "짧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1조(\(10^{12}\))는 숫자로 쓰면 자릿수가 13개나 되지만, 로그를 씌우면 그냥 12라는 짧은 수 하나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 어떤 책은 로그의 밑을 10으로 쓰고, 어떤 책은 2로, 또 어떤 책은 자연로그(밑이 \(e\))를 씁니다. 밑을 이렇게 마음대로 바꿔도 정말 상관이 없을까요?

이 글은 두 질문을 하나로 묶어서 봅니다. ① 로그는 왜 큰 수를 그렇게 "짧게" 만드는가, ② 로그의 밑은 왜 바꿔도 되는가. 둘 다 로그를 눈금 간격이 일정한 자로 보면 같은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1. 로그는 '몇 배 계단'을 세는 자다

먼저 숫자를 10배씩 계속 키워 보고, 그때마다 로그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표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N\)자릿수\(\log_{10}N\)
110
1021
10032
1,00043
10,00054

\(N\)은 매번 정확히 10배씩 뛰어서 순식간에 만 배까지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오른쪽의 \(\log_{10}N\)은 매번 딱 1씩만 얌전하게 늘어납니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 정의부터 확인해 봅시다.

\(\log_a M = p\)라는 식은 **"\(a\)를 \(p\)번 거듭제곱하면 \(M\)이 된다"**는 뜻입니다. 즉 \(a^p = M\)과 완전히 같은 말입니다. 여기서 \(a\)를 이라 부르고(위 표에서는 10), \(M\)은 로그를 씌우는 대상 수입니다.

이 정의를 표에 그대로 대입하면, \(N=10^0=1\)이니 \(\log_{10}1=0\)이고, \(N=10^1=10\)이니 \(\log_{10}10=1\)인 식으로 값이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N\)이 딱 10의 거듭제곱일 때만 성립하는 게 아니라 그 사이 값에서도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N=999\)는 아직 자릿수가 3자리인데 \(\log_{10}999\approx2.9996\)으로 3에 살짝 못 미치고, \(N=1{,}000\)이 되는 순간 \(\log_{10}1000=3\)으로 정수를 넘기면서 자릿수도 정확히 4자리로 함께 넘어갑니다. 즉 정수 부분의 자릿수는 \(\log_{10}N\)의 정수 부분보다 정확히 1 많습니다.

로그값이 이렇게 얌전히 오르는 이유는, 로그라는 자의 눈금 한 칸이 재는 게 "더하기 얼마"가 아니라 "몇 배 커졌는가"이기 때문입니다. \(N\)이 10배가 될 때마다 로그 자의 눈금은 정확히 한 칸(=1)만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래서 1억(\(10^8\))과 1(\(10^0\))은 실제 값으로는 1억 배나 차이 나지만, 로그값으로는 겨우 8만큼만 차이가 납니다 — 곱셈의 폭발을 덧셈 수준의 완만한 변화로 눌러 담는 것이 로그의 정체입니다.

2. 로그의 밑은 왜 바꿔도 되나 — 자의 눈금 단위일 뿐

로그에는 항상 이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log_{10}\)이라 쓰면 밑이 10이고, \(\log_2\)라 쓰면 밑이 2입니다. 밑을 \(e\,(\approx2.718)\)로 쓴 것은 따로 자연로그라 부르고 \(\ln\)으로 씁니다. 밑이 다르면 같은 수를 재도 로그값 자체는 다르게 나옵니다 — 마치 같은 거리를 cm 자로 재느냐 inch 자로 재느냐에 따라 눈금 숫자가 달라지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밑이 다른 로그값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x=\log_a M\)이라고 두면, 방금 확인한 정의에 의해 다음이 성립합니다.

$$a^x = M$$

이 등식의 양변에 밑이 \(b\)인 로그를 씌워 보겠습니다.

$$\log_b(a^x) = \log_b M$$

왼쪽 변은 로그는 왜 곱셈을 덧셈으로 바꿀까에서 유도한 거듭제곱 법칙 \(\log_b(a^n) = n\log_b a\)를 \(n=x\)로 바꿔 끼우기만 하면 그대로 적용됩니다.

$$x\log_b a = \log_b M$$

양변을 \(\log_b a\)로 나누면 \(x\)가 정리됩니다.

$$x = \frac{\log_b M}{\log_b a}$$

그런데 \(x\)는 원래 \(\log_a M\)이었으므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log_a M = \frac{\log_b M}{\log_b a}$$

이게 바로 밑변환 공식입니다. "밑을 \(a\)로 잰 로그값"을 구하고 싶은데 계산기에는 상용로그(밑 10)나 자연로그(밑 \(e\)) 버튼만 있을 때, 이 공식으로 원하는 밑의 값을 바꿔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log_2 8\)을 계산기의 상용로그로 구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log_2 8 = \frac{\log_{10}8}{\log_{10}2} \approx \frac{0.903}{0.301} = 3.000$$

직접 확인해도 \(2^3=8\)이니 정확히 일치합니다.

3. 그래서 비율은 왜 안 바뀌나 — 단위가 달라도 비율은 그대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보다 몇 배 먼지는, 그 거리를 km로 재든 mile로 재든 똑같은 배수로 나옵니다. 단위를 바꾸면 두 거리의 숫자가 똑같은 비율로 함께 커지거나 작아지기 때문에, 그 사이의 "몇 배" 관계는 그대로 남습니다. 로그의 밑도 정확히 같은 역할을 합니다.

두 수 \(M_1,\ M_2\)를 밑 \(a\)로 잰 로그값의 비율을 봅시다. 앞서 구한 밑변환 공식을 \(M_1\)과 \(M_2\) 각각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frac{\log_a M_1}{\log_a M_2} = \frac{\dfrac{\log_b M_1}{\log_b a}}{\dfrac{\log_b M_2}{\log_b a}}$$

분자·분모에 똑같이 들어있는 \(\log_b a\)는 나누는 과정에서 그대로 약분되어 사라집니다.

$$\frac{\log_a M_1}{\log_a M_2} = \frac{\log_b M_1}{\log_b a} \times \frac{\log_b a}{\log_b M_2} = \frac{\log_b M_1}{\log_b M_2}$$

왼쪽 변(밑 \(a\)로 잰 비율)과 오른쪽 변(밑 \(b\)로 잰 비율)이 완전히 같습니다. 이 결과 어디에도 특정한 \(a\)나 \(b\)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눈여겨보세요 — 그러니 밑을 2로 재든 10으로 재든 \(e\)로 재든, 두 수의 로그값 비율은 항상 똑같습니다.

숫자로 확인해 보면, \(M_1=16,\ M_2=4\)일 때(\(16=4^2\)이니 답은 2가 나와야 맞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frac{\log_2 16}{\log_2 4} = \frac{4}{2} = 2, \qquad \frac{\log_{10}16}{\log_{10}4} \approx \frac{1.204}{0.602} = 2.000, \qquad \frac{\ln 16}{\ln 4} \approx \frac{2.773}{1.386} = 2.000$$

세 밑 모두 정확히 2로 같습니다. 밑은 자의 눈금 단위를 고르는 것일 뿐이라서, 그 단위를 무엇으로 잡든 두 수 사이의 "몇 배" 관계 자체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4. 직접 확인해보기

위쪽 인터랙티브는 1절 이야기입니다. 슬라이더로 지수 \(t\)를 움직이면 \(N=10^t\)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커지는지 막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로그값 \(\log_{10}N=t\)는 같은 범위 안에서 꾸준하고 일정하게 채워지는 자 눈금으로 나란히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정수 \(t\)를 지날 때마다 정수 부분 자릿수가 정확히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아래쪽은 2·3절 이야기입니다. 두 수 \(M_1,\ M_2\)를 슬라이더로 고르고 밑을 2·10·\(e\) 버튼으로 바꿔가며, 각각의 로그값(막대 길이)이 밑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비율은 밑을 바꿔도 항상 그대로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그 자로 재보기 — 계단과 밑변환
위: 지수 t를 움직이면 N=10ᵗ은 폭발적으로 커지지만 log₁₀N=t는 눈금 한 칸씩 꾸준히 오릅니다. 아래: M₁, M₂를 고르고 밑을 2·10·e로 바꿔도 두 로그값의 비율은 항상 같습니다.

핵심 정리

  • \(N\)이 10배씩 커질 때 \(\log_{10}N\)은 정확히 1씩만 늘어난다 — 로그는 "몇 배 계단"을 세는 자다.
  • 정수 부분의 자릿수는 \(\log_{10}N\)의 정수 부분보다 정확히 1 많다(예: \(N=1{,}000\) → \(\log=3\) → 4자리).
  • 밑변환 공식 \(\log_a M = \dfrac{\log_b M}{\log_b a}\)은 로그의 거듭제곱 법칙 \(\log_b(a^n)=n\log_b a\)에서 곧바로 유도된다.
  • 두 수의 로그값 비율 \(\dfrac{\log_a M_1}{\log_a M_2}\)은 밑 \(a\)에 의존하지 않는다 — 계산 과정에서 \(\log_b a\) 항이 그대로 약분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 로그의 밑은 자의 눈금 단위를 고르는 것과 같다 — 단위가 달라도 "몇 배" 관계는 보존된다.

로그는 "큰 수를 작게 만드는 신기한 마법"이 아니라, 곱셈의 세계를 덧셈의 세계로 옮겨 적는 자 하나일 뿐입니다. 그 자의 눈금 단위(밑)를 무엇으로 잡든, 자로 잰 두 수 사이의 비율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로그는 왜 곱셈을 덧셈으로 바꿀까 (이 글에서 쓴 거듭제곱 법칙이 유도되는 과정) · a⁰은 왜 1이고 ½ 제곱은 왜 루트인가 (로그의 반대 방향인 지수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