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호도법을 배우면 부채꼴에 대한 두 공식을 나란히 만납니다. 반지름이 \(r\)이고 중심각이 \(\theta\)(세타, 라디안으로 잰 각)인 부채꼴에서,

$$l = r\theta \qquad S = \tfrac{1}{2}r^2\theta$$

왼쪽은 호의 길이 \(l\)이고, 오른쪽은 넓이 \(S\)입니다. 그런데 이 둘을 비교하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호 길이는 그냥 반지름과 각을 곱한 \(r\theta\)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데, 넓이에는 어디선가 \(\tfrac{1}{2}\) 이 툭 튀어나옵니다. 각도 그대로, 반지름 제곱만 붙었을 뿐인데 왜 하필 절반일까요?

이 \(\tfrac{1}{2}\)은 외워야 하는 장식이 아닙니다. 부채꼴을 잘게 쪼개 보면, 그 절반은 우리가 이미 아는 삼각형 넓이 = 밑변 × 높이 ÷ 2의 그 '÷ 2'가 그대로 살아남은 흔적입니다. 이 글은 부채꼴을 가는 삼각형들의 합으로 보고(1절), 그래서 넓이에는 \(\tfrac{1}{2}\)이 붙지만 호 길이에는 붙지 않는 이유(2절)를 한 흐름으로 풀어봅니다.

1. 부채꼴은 '가는 삼각형'들의 합이다

부채꼴을 중심에서 뻗어 나가는 선으로 부채살처럼 \(n\)조각으로 똑같이 나눠 봅시다. 조각 하나하나는 꼭짓점이 원의 중심에 모인 아주 가느다란 삼각형입니다. 두 변은 반지름 \(r\)이고, 끼인각은 전체 각을 \(n\)으로 나눈 \(\dfrac{\theta}{n}\)입니다.

두 변의 길이와 끼인각을 아는 삼각형의 넓이는 \(\tfrac{1}{2}\times(\text{한 변})\times(\text{다른 변})\times\sin(\text{끼인각})\) 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sin\)(사인)은 각이 벌어진 정도를 높이 비율로 바꿔 주는 값이라고 보면 됩니다. 조각 하나의 넓이는 이렇게 됩니다.

$$\text{조각 하나} = \tfrac{1}{2}\,r\cdot r\cdot\sin\!\frac{\theta}{n} = \tfrac{1}{2}r^2\sin\!\frac{\theta}{n}$$

이런 조각이 \(n\)개 있으니, 부채꼴 넓이는 그 합입니다.

$$S \approx n\cdot\tfrac{1}{2}r^2\sin\!\frac{\theta}{n} = \tfrac{1}{2}r^2\cdot n\sin\!\frac{\theta}{n}$$

이제 조각을 점점 더 잘게 쪼개 봅니다. 각이 아주 작아지면 \(\sin\)은 그 각 자체와 거의 같아집니다(작은 각에서 \(\sin x \approx x\) — 이 사실은 라디안이라는 자를 쓸 때 특히 깔끔합니다). 그러면 \(\sin\dfrac{\theta}{n}\)은 \(\dfrac{\theta}{n}\)에 가까워지고,

$$n\sin\!\frac{\theta}{n} \;\longrightarrow\; n\cdot\frac{\theta}{n} = \theta$$

가 됩니다. 조각 수 \(n\)을 무한히 늘리면 근삿값이 아니라 정확한 값이 되어,

$$S = \tfrac{1}{2}r^2\theta$$

가 남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저 \(\tfrac{1}{2}\)이 어디서 왔느냐입니다. 그것은 각 조각이 '삼각형'이라서 붙은, 삼각형 넓이 공식의 절반입니다. 조각을 아무리 많이 더해도 \(\tfrac{1}{2}\)은 공통으로 묶여 밖으로 빠져나올 뿐,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그림 하나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가는 조각들을 밑변끼리 나란히 이어 붙이면, 밑변이 호 전체 길이 \(l\)이고 높이가 반지름 \(r\)인 큰 삼각형 하나로 합쳐집니다. 그 삼각형의 넓이는,

$$S = \tfrac{1}{2}\times(\text{밑변}=l)\times(\text{높이}=r) = \tfrac{1}{2}\,l\,r = \tfrac{1}{2}(r\theta)r = \tfrac{1}{2}r^2\theta$$

로 똑같이 나옵니다. 어느 쪽으로 보든 \(\tfrac{1}{2}\)의 정체는 하나 — 삼각형 넓이의 절반입니다.

2. 호 길이엔 왜 ½이 없나 — 길이는 삼각형이 아니다

그렇다면 호의 길이는 왜 \(l = r\theta\)로 절반이 붙지 않을까요? 방금 부채꼴을 쪼갤 때, 조각들의 넓이를 더하면 삼각형 넓이 공식 때문에 \(\tfrac{1}{2}\)이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호의 길이는 조각의 넓이가 아니라 바깥 테두리의 길이를 더한 것입니다.

각 조각이 원에 닿는 바깥 변(호의 한 토막)의 길이를 모두 이으면 그게 곧 호 전체 길이 \(l\)입니다. 여기에는 삼각형도, '밑변 × 높이'도 없습니다. 그냥 길이 조각들을 한 줄로 더한 것이라 \(\tfrac{1}{2}\) 같은 계수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호는 반지름 \(r\)인 원 둘레 \(2\pi r\)에서 각의 비율 \(\dfrac{\theta}{2\pi}\)만큼을 떼어 온 것입니다.

$$l = \frac{\theta}{2\pi}\times 2\pi r = r\theta$$

여기서는 \(2\pi\)가 위아래에서 깨끗이 약분되어 아무 상수도 남지 않습니다. 반면 넓이는 원 전체 넓이 \(\pi r^2\)에서 같은 비율을 떼어 오는데,

$$S = \frac{\theta}{2\pi}\times \pi r^2 = \frac{\theta}{2}\,r^2 = \tfrac{1}{2}r^2\theta$$

이번에는 \(\pi r^2\)의 \(\pi\)와 \(2\pi\)의 \(2\pi\)가 나뉘면서 \(\dfrac{1}{2}\)이 남습니다. 결국 넓이의 절반은 원 넓이가 \(\pi r^2\)이라는 사실(원 넓이 자체가 \(\tfrac{1}{2}\times\)둘레\(\times\)반지름 꼴) 에서 오는 것이고, 이는 1절에서 본 '삼각형의 절반'과 완전히 같은 뿌리입니다. 길이는 1차원이라 그냥 쌓이고, 넓이는 삼각형(밑변 × 높이의 절반)이라 절반이 붙는 것 — 이 한 문장이 두 공식의 차이를 전부 설명합니다.

3. 직접 확인해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중심각 \(\theta\)와 쪼개는 조각 수 \(n\) 을 조절해 보세요. 부채꼴이 \(n\)개의 가는 삼각형으로 나뉘고, '펼치기'를 켜면 그 조각들이 밑변 \(l\)·높이 \(r\)인 삼각형 하나로 이어 붙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패널에는 세 값이 함께 표시됩니다 — 호 길이 \(l = r\theta\)(절반 없음), 정확한 넓이 \(\tfrac{1}{2}r^2\theta\), 그리고 조각 \(n\)개로 잰 근삿값입니다. 조각 수를 늘릴수록 근삿값이 정확한 넓이로 다가가고, 호 길이에는 끝까지 \(\tfrac{1}{2}\)이 붙지 않는 것을 확인해 보세요.

부채꼴을 삼각형으로 쪼개 넓이의 ½ 찾기
중심각과 조각 수를 조절하면 부채꼴이 가는 삼각형으로 나뉘고, 펼치면 밑변이 호·높이가 반지름인 삼각형이 됩니다. 넓이에는 삼각형의 절반이 남지만, 호 길이에는 붙지 않습니다.

핵심 정리

  • 부채꼴은 중심에 꼭짓점이 모인 가는 삼각형들의 합이다. 삼각형 하나의 넓이 \(\tfrac{1}{2}r^2\sin\frac{\theta}{n}\)를 모두 더하고 조각을 무한히 늘리면 \(S=\tfrac{1}{2}r^2\theta\)가 된다. 여기서 \(\tfrac{1}{2}\)은 삼각형 넓이 '밑변 × 높이 ÷ 2'의 그 절반이다.
  • 조각들을 밑변끼리 이어 붙이면 밑변이 호 \(l\), 높이가 반지름 \(r\)인 삼각형 하나가 되어 \(S=\tfrac{1}{2}\,l\,r=\tfrac{1}{2}r^2\theta\)로 같은 절반이 나온다.
  • 호 길이 \(l=r\theta\)에는 절반이 없다. 길이는 삼각형이 아니라 바깥 테두리를 한 줄로 더한 1차원 양이라 계수가 붙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원 둘레·넓이에서 비율로 떼어 봐도 \(l\)에서는 \(2\pi\)가 약분돼 사라지고, \(S\)에서는 \(\pi r^2\)이 나뉘며 \(\tfrac{1}{2}\)이 남는다.

깔끔한 \(r\theta\)와 절반이 붙은 \(\tfrac{1}{2}r^2\theta\)의 차이는 결국 길이를 재느냐, 삼각형의 넓이를 재느냐의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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