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삼각비를 처음 배우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각이 \(30°\)인 직각삼각형이라면, 그 삼각형이 손톱만 하든 운동장만 하든 사인 값은 언제나 \(0.5\) 입니다. 삼각형을 키우면 변의 길이는 분명히 다 커지는데, 왜 그 변들의 비(比) 는 눈 하나 깜짝 안 할까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 삼각비라는 개념이 성립하는 바로 그 이유입니다. 핵심은 각이 같은 직각삼각형은 모두 닮은꼴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하는 변의 비가 보존되고, 그 덕분에 '변의 비'를 각만의 함수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왜 크기를 바꿔도 비가 그대로인지(1절), 그리고 그 비를 뒤집었을 뿐인 코시컨트·시컨트·코탄젠트를 왜 굳이 따로 만들었는지(2절)를 이어서 풀어봅니다.

1. 각이 같으면 삼각형은 닮은꼴 — 그래서 비가 얼어붙는다

직각삼각형 하나를 생각합시다. 직각이 하나 있고, 우리가 관심 있는 각 \(\theta\)(세타)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런데 삼각형의 세 각을 더하면 항상 \(180°\)이므로, 직각(\(90°\))과 \(\theta\)가 정해지면 나머지 한 각도 저절로 정해집니다. 즉 직각과 \(\theta\) 하나만 같으면 두 직각삼각형은 세 각이 모두 같습니다.

세 각이 같은 두 삼각형은 닮은꼴입니다. 닮음이란 한쪽을 일정한 배율로 확대·축소하면 다른 쪽에 정확히 포개진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삼각형의 모든 변을 \(2\)배 하면 큰 삼각형이 되는 식입니다. 이때 각 변이 똑같이 \(2\)배가 되므로, 두 변을 나눈 비에서는 그 배율이 위아래로 약분되어 사라집니다.

$$\frac{2a}{2c}=\frac{a}{c}$$

이것이 삼각비의 뿌리입니다. 각 \(\theta\)에 대해 세 변에 이름을 붙여 봅시다 — \(\theta\)와 마주보는 변(높이)을 \(a\), \(\theta\)에 붙어 있는 변(밑변)을 \(b\), 빗변(가장 긴 변)을 \(c\)라 하면,

$$\sin\theta=\frac{a}{c}\ (\text{마주보는 변}/\text{빗변}),\quad \cos\theta=\frac{b}{c}\ (\text{붙은 변}/\text{빗변}),\quad \tan\theta=\frac{a}{b}\ (\text{마주보는 변}/\text{붙은 변})$$

여기서 \(\sin\)(사인)·\(\cos\)(코사인)·\(\tan\)(탄젠트)은 각각 어떤 두 변의 비인지를 가리키는 이름일 뿐입니다. 삼각형을 키우거나 줄여도 세 각이 그대로면 닮은꼴이라 이 비들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값들은 삼각형의 크기가 아니라 오직 각 \(\theta\)에만 의존합니다 — 즉 각을 넣으면 값이 하나 나오는 어엿한 '함수'가 됩니다. \(\sin 30°=0.5\)가 삼각형 크기와 무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2. 같은 비를 뒤집었을 뿐 — csc·sec·cot은 왜 만들었나

\(\sin\)·\(\cos\)·\(\tan\)으로 세 가지 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두 변을 나누는 방법은 사실 여섯 가지입니다. \(a/c\)가 있으면 뒤집은 \(c/a\)도 있고, \(b/c\)에는 \(c/b\)가, \(a/b\)에는 \(b/a\)가 짝을 이룹니다. 이 뒤집은 세 개의 비에 붙인 이름이 바로 코시컨트·시컨트·코탄젠트입니다.

$$\csc\theta=\frac{1}{\sin\theta}=\frac{c}{a},\qquad \sec\theta=\frac{1}{\cos\theta}=\frac{c}{b},\qquad \cot\theta=\frac{1}{\tan\theta}=\frac{b}{a}$$

여기서 \(\csc\)(코시컨트)·\(\sec\)(시컨트)·\(\cot\)(코탄젠트)은 각각 \(\sin\)·\(\cos\)·\(\tan\)의 역수입니다. 짝을 외우는 요령은 이름의 co- 위치가 서로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 \(\sin\)의 역수는 co가 붙은 \(\csc\), 반대로 \(\cos\)의 역수는 co가 빠진 \(\sec\), 그리고 \(\tan\)↔\(\cot\)이 짝입니다.

그런데 이미 \(\sin\)·\(\cos\)·\(\tan\)이 있는데 역수에 굳이 새 이름을 왜 붙였을까요? 새로운 정보가 있어서가 아니라 표현이 간결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dfrac{1}{\cos\theta}\)이 식에 자주 등장할 때, 매번 분수의 분수 꼴로 쓰는 것보다 \(\sec\theta\) 한 글자로 부르는 편이 깔끔합니다. 실제로 삼각함수 항등식은 이 이름들 덕에 한결 단정해집니다.

$$1+\tan^2\theta=\sec^2\theta,\qquad 1+\cot^2\theta=\csc^2\theta$$

이 두 항등식을 역수 이름 없이 쓰면 분모에 \(\cos\)·\(\sin\)이 겹겹이 쌓여 훨씬 지저분해집니다. 나중에 미적분에서 \(\sec\theta\)나 \(\csc\theta\)의 미분·적분이 깔끔한 꼴로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역수 삼각비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자주 쓰는 뒤집은 비에 붙인 편리한 별명입니다 — 여섯 개처럼 보여도 뿌리는 결국 닮음이 지켜 주는 '변의 비' 하나입니다.

3. 직접 확인해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각 \(\theta\)를 고정한 채 삼각형의 크기 슬라이더를 움직여 보세요. 세 변의 실제 길이 \(a\)·\(b\)·\(c\)는 계속 달라지지만, 그 비인 \(\sin\theta=a/c\)·\(\cos\theta=b/c\)·\(\tan\theta=a/b\)는 소수점 아래까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수 뒤집기'를 켜면 각 비의 분자와 분모가 자리를 바꿔 \(\csc\)·\(\sec\)·\(\cot\)으로 짝지어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각 \(\theta\) 슬라이더를 움직이면 값 자체는 바뀌지만, 크기를 아무리 바꿔도 같은 각에서는 비가 하나로 고정된다는 사실은 그대로입니다.

크기를 바꿔도 비는 그대로 — 삼각비와 그 역수
각을 고정하고 삼각형 크기를 바꿔도 변의 비(사인·코사인·탄젠트)는 변하지 않습니다. 역수 뒤집기를 켜면 코시컨트·시컨트·코탄젠트가 짝지어집니다.

핵심 정리

  • 직각과 각 \(\theta\)가 같으면 두 직각삼각형은 세 각이 모두 같아 닮은꼴이 된다. 닮음에서는 모든 변이 같은 배율로 커지므로, 두 변을 나눈 비에서 배율이 약분돼 사라진다. 그래서 변의 비는 삼각형 크기와 무관하고 오직 \(\theta\)에만 의존한다 — 이것이 삼각비를 '각의 함수'로 정의할 수 있는 이유다.
  • \(\sin\theta=a/c\), \(\cos\theta=b/c\), \(\tan\theta=a/b\)는 각각 마주보는 변·붙은 변·빗변 중 두 변을 고른 비의 이름이다.
  • \(\csc\theta=c/a\), \(\sec\theta=c/b\), \(\cot\theta=b/a\)는 그 비를 뒤집은 역수로, 새 개념이 아니라 자주 쓰는 꼴에 붙인 편리한 별명이다. \(1+\tan^2\theta=\sec^2\theta\)처럼 항등식과 미적분 식을 간결하게 만들어 준다.

크기가 달라도 각만 같으면 값이 하나로 얼어붙는 이 성질 덕분에, 삼각비는 삼각형을 넘어 각을 다루는 어디에서나 믿고 쓸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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