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삼각함수를 배우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식이 등장합니다.

$$\sin^{2}\theta+\cos^{2}\theta=1$$

여기서 \(\sin^{2}\theta\)는 '사인 값을 제곱한 것', \(\cos^{2}\theta\)는 '코사인 값을 제곱한 것'이라는 뜻입니다(\(\theta\)는 세타, 각도를 나타내는 그리스 문자). 놀라운 건 각도 \(\theta\)를 \(0°\)로 두든 \(37°\)로 두든 \(200°\)로 두든, 두 제곱을 더한 값이 언제나 정확히 1이라는 점입니다. 사인과 코사인은 각도에 따라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데, 각자를 제곱해서 더하기만 하면 그 출렁임이 감쪽같이 상쇄되어 1로 고정됩니다.

처음 보면 통째로 외워야 할 마법 공식 같습니다. 하지만 이 식은 사실 여러분이 이미 아는 정리 하나를 삼각함수의 언어로 옮겨 적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바로 피타고라스 정리죠. 이 글은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뒤(1절), 탄젠트가 사실 사인과 코사인의 비율일 뿐임을 짚고(2절), 그 항등식 한 줄을 살짝 나누기만 하면 탄젠트와 시컨트를 잇는 또 하나의 항등식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과정(3절)을 이어서 풀어봅니다. 외울 공식이 여러 개가 아니라, 사실은 하나의 식을 재포장한 가족이라는 걸 보게 될 겁니다.

1. sin²θ+cos²θ=1은 사실 피타고라스 정리다

먼저 무대를 단위원 위로 옮깁니다. 단위원이란 중심이 원점이고 반지름이 \(1\)인 원입니다. 앞선 글에서 보았듯, 각 \(\theta\)만큼 돌린 동경(원점에서 뻗어 나간 반직선)이 이 원과 만나는 점을 \(P\)라 하면, 그 점의 좌표는 정확히

$$P=(\cos\theta,\ \sin\theta)$$

가 됩니다. 가로 좌표가 코사인, 세로 좌표가 사인이죠. 이게 왜 그런지가 궁금하다면 아래 '함께 보면 좋은 글'의 단위원 정의 글을 먼저 보셔도 좋습니다. 여기서는 그 결과를 출발점으로 씁니다.

이제 핵심 질문 하나만 던지면 됩니다. 점 \(P\)는 원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단위원은 반지름이 \(1\)이니, \(P\)는 정의상 원점에서 딱 \(1\)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한편 좌표평면에서 원점 \((0,0)\)과 점 \((x,y)\) 사이의 거리는 피타고라스 정리로

$$\text{거리}=\sqrt{x^{2}+y^{2}}$$

입니다. 가로로 \(x\), 세로로 \(y\)만큼 간 직각삼각형의 빗변이 바로 이 거리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P\)의 좌표 \(x=\cos\theta\), \(y=\sin\theta\)를 그대로 넣고, 그 거리가 \(1\)이라는 사실을 쓰면

$$\sqrt{\cos^{2}\theta+\sin^{2}\theta}=1$$

이고, 양변을 제곱해 뿌리를 벗기면

$$\cos^{2}\theta+\sin^{2}\theta=1$$

이 됩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사인의 제곱과 코사인의 제곱을 더한 것은 단위원 위 점에서 그린 직각삼각형의 두 변을 제곱해 더한 것이고, 그 값은 빗변인 반지름 \(1\)의 제곱, 곧 \(1\)입니다. 각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점은 늘 같은 원 위에 있으니 거리는 언제나 \(1\)이고, 그래서 두 제곱의 합도 언제나 \(1\)로 붙박여 있는 것입니다. 외워야 할 새 공식이 아니라, 피타고라스 정리를 사인·코사인으로 바꿔 적은 한 줄일 뿐이었습니다.

숫자로 한 번 만져 봅시다. \(\theta=60°\)면 코사인은 \(0.5\), 사인은 \(0.866\)입니다. 각각 제곱하면

$$\cos^{2}60°=0.5^{2}=0.25,\qquad \sin^{2}60°=0.866^{2}=0.75$$

이고, 더하면 \(0.25+0.75=1\). 두 값 자체는 \(0.25\)와 \(0.75\)로 서로 다르지만, 합은 어김없이 \(1\)입니다. 각도를 바꾸면 이 \(0.25\)와 \(0.75\)라는 배분만 달라질 뿐, 총합은 늘 그대로입니다.

2. 탄젠트는 사인과 코사인의 비율일 뿐이다

세 번째 항등식으로 넘어가기 전에, 탄젠트가 무엇인지 한 번 정리하고 갑니다. 단위원의 좌표 정의에서 탄젠트는

$$\tan\theta=\frac{\sin\theta}{\cos\theta}$$

입니다. 세로 좌표(사인)를 가로 좌표(코사인)로 나눈 값이죠. 이건 새로운 약속이 아니라 직각삼각형에서 '높이 나누기 밑변'이던 탄젠트의 정의를, 높이 \(=\sin\theta\)·밑변 \(=\cos\theta\)로 바꿔 쓴 것뿐입니다. 요컨대 탄젠트에는 사인·코사인 바깥의 새 정보가 없습니다. 사인과 코사인만 손에 쥐면 탄젠트는 나눗셈 한 번으로 딸려 나옵니다.

여기에 시컨트라는 함수 하나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시컨트(secant, 줄여서 \(\sec\))는 코사인의 역수, 즉 \(1\)을 코사인으로 나눈 것입니다.

$$\sec\theta=\frac{1}{\cos\theta}$$

이름이 낯설 뿐 대단한 건 없습니다. 코사인이 \(0.5\)면 시컨트는 \(2\), 코사인이 \(0.8\)이면 시컨트는 \(1.25\) 하는 식이죠. 이 두 조연 — 사인·코사인의 비율인 탄젠트, 코사인의 역수인 시컨트 — 을 손에 쥐면, 다음 절에서 새 항등식이 계산 한 번으로 튀어나옵니다.

3. 1+tan²θ=sec²θ — 같은 식을 코사인²로 나눴을 뿐

이제 마술처럼 보이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1절에서 얻은 항등식을 다시 가져옵니다.

$$\sin^{2}\theta+\cos^{2}\theta=1$$

이 식의 양변을 똑같이 \(\cos^{2}\theta\)로 나눕니다. 등식은 양변에 같은 것을 나눠도 그대로 성립하니까요(단, \(\cos\theta\ne0\), 즉 나누는 값이 \(0\)만 아니면 됩니다). 왼쪽은 두 항이니 각각 나눠 주면

$$\frac{\sin^{2}\theta}{\cos^{2}\theta}+\frac{\cos^{2}\theta}{\cos^{2}\theta}=\frac{1}{\cos^{2}\theta}$$

이 됩니다. 이제 세 조각을 하나씩 알아보면 됩니다.

  • 첫째 항 \(\dfrac{\sin^{2}\theta}{\cos^{2}\theta}\)는 \(\left(\dfrac{\sin\theta}{\cos\theta}\right)^{2}\), 곧 \(\tan^{2}\theta\)입니다(2절의 탄젠트 정의를 제곱한 것).
  • 둘째 항 \(\dfrac{\cos^{2}\theta}{\cos^{2}\theta}\)는 같은 것을 같은 것으로 나눴으니 그냥 \(1\)입니다.
  • 오른쪽 \(\dfrac{1}{\cos^{2}\theta}\)는 \(\left(\dfrac{1}{\cos\theta}\right)^{2}\), 곧 \(\sec^{2}\theta\)입니다(시컨트의 정의를 제곱한 것).

세 조각을 다시 조립하면

$$\tan^{2}\theta+1=\sec^{2}\theta$$

라는 두 번째 항등식이 완성됩니다. 새로 증명할 것도, 새로 외울 것도 없었습니다. 1절의 한 줄을 \(\cos^{2}\theta\)로 나누고 이름표만 다시 붙였을 뿐이죠. 마찬가지로 이번엔 \(\sin^{2}\theta\)로 나누면 코탄젠트·코시컨트를 잇는 사촌 항등식 \(1+\cot^{2}\theta=\csc^{2}\theta\)도 같은 방식으로 튀어나옵니다. 항등식이 여러 개로 보였지만, 뿌리는 피타고라스 정리 단 하나였던 겁니다.

숫자로 확인해 봅시다. 아까처럼 \(\theta=60°\)를 쓰면 탄젠트는 \(1.732\), 시컨트는 코사인 \(0.5\)의 역수라 \(2\)입니다. 그러면

$$\tan^{2}60°=1.732^{2}=3,\qquad \sec^{2}60°=2^{2}=4$$

이고, 왼쪽은 \(\tan^{2}60°+1=3+1=4\). 오른쪽 \(\sec^{2}60°=4\)와 정확히 같습니다. 1절에서 \(0.25+0.75=1\)이던 그 식을 \(\cos^{2}60°=0.25\)로 나눈 것이 바로 이 \(3+1=4\)임을 눈으로 맞춰 보세요 — \(0.75/0.25=3\)(=\(\tan^{2}\)), \(0.25/0.25=1\), \(1/0.25=4\)(=\(\sec^{2}\)). 같은 식의 두 얼굴입니다.

4. 직접 확인해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theta\) 슬라이더를 돌려 보세요. 왼쪽 단위원에서 점 \(P\)가 움직이고, 오른쪽 막대는 \(\cos^{2}\theta\)(파랑)와 \(\sin^{2}\theta\)(초록)를 위아래로 쌓아 보여줍니다. 각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두 막대의 합은 늘 눈금 \(1\)에 정확히 닿아 멈춥니다 — 이게 첫 번째 항등식입니다. 두 조각의 크기 배분만 달라질 뿐 총 높이는 고정이라는 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 cos²θ' 버튼을 누르면 같은 식을 코사인의 제곱으로 나눈 모습으로 바뀝니다. 이제 막대는 \(1\)(파랑)과 \(\tan^{2}\theta\)(초록)를 쌓아 그 합이 \(\sec^{2}\theta\) 눈금에 닿는 것을 보여줍니다 — 두 번째 항등식이죠. '예시 각' 버튼으로 \(30°\)·\(45°\)·\(60°\)를 누르면 본문에서 계산한 값들(\(60°\)에서 \(0.25+0.75=1\), \(3+1=4\))이 그대로 재현됩니다.

피타고라스 하나에서 나오는 항등식 가족
단위원 점의 거리가 늘 1이라 cos²θ+sin²θ는 항상 1에 닿습니다. '÷ cos²θ' 버튼으로 같은 식을 나누면 1+tan²θ=sec²θ가 따라 나옵니다. 예시 각 버튼으로 본문 숫자를 확인해 보세요.

핵심 정리

  • \(\sin^{2}\theta+\cos^{2}\theta=1\)은 외울 마법 공식이 아니라 피타고라스 정리를 삼각함수로 옮겨 적은 한 줄이다. 단위원 위의 점 \((\cos\theta,\sin\theta)\)는 원점에서 항상 거리 \(1\)만큼 떨어져 있고, 그 거리를 피타고라스로 쓰면 두 좌표의 제곱의 합이 곧 반지름의 제곱 \(1\)이 된다.
  • 탄젠트는 \(\tan\theta=\sin\theta/\cos\theta\), 곧 사인과 코사인의 비율일 뿐이고, 시컨트는 코사인의 역수 \(\sec\theta=1/\cos\theta\)이다. 둘 다 사인·코사인 바깥의 새 정보가 아니다.
  • 그 한 줄의 항등식을 \(\cos^{2}\theta\)로 나누고 이름표만 다시 붙이면 \(1+\tan^{2}\theta=\sec^{2}\theta\)가 저절로 나온다. \(\sin^{2}\theta\)로 나누면 \(1+\cot^{2}\theta=\csc^{2}\theta\)까지. 삼각항등식 가족 전체가 피타고라스 정리 하나의 재포장이다.

여러 개처럼 보이던 공식이 사실 한 식의 변주였다는 걸 알면, 외울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항등식은 삼각함수를 다룰 때 사인을 코사인으로(또는 그 반대로) 바꿔 식을 정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됩니다 — 적분을 계산하거나 파동을 합성할 때 늘 처음으로 손이 가는 연장이죠.

함께 보면 좋은 글직각삼각형엔 90도까지뿐인데 sin120도는 어떻게 재나 (단위원 위 점 좌표가 사인·코사인이 되는 정의 — 이 글의 출발점) · 삼각비는 왜 삼각형 크기와 무관하게 똑같나 (탄젠트가 변의 비인 뿌리) · 삼각함수는 도대체 목적이 뭔가 (이 항등식들이 파동 합성으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