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계산기에 어떤 각을 넣어도 \(\sin\)과 \(\cos\)은 언제나 \(-1\)과 \(1\) 사이의 값만 내놓습니다. \(\sin 89° = 0.9998\), \(\cos 89° = 0.0175\) — 아무리 각을 키워도 이 좁은 울타리를 못 넘습니다. 그런데 같은 \(89°\)를 \(\tan\)에 넣으면 갑자기 \(57.29\)라는 큰 수가 나옵니다. \(89.9°\)면 \(572.96\), \(89.99°\)면 \(5729.6\)…, 그리고 정확히 \(90°\)를 넣으면 계산기는 에러를 띄웁니다.

셋 다 같은 삼각함수인데, 왜 사인·코사인은 얌전히 \(-1\)과 \(1\) 사이에 갇혀 있고 탄젠트만 홀로 무한대로 치솟을까요? 답은 셋의 정체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사인·코사인은 '좌표'이고, 탄젠트는 '좌표의 비'입니다. 이 한 끗 차이가 값의 운명을 가릅니다.

시작하기 전에 용어 하나만 짚습니다. 각을 잴 때 원점에 한쪽 끝을 고정하고 각도만큼 돌린 반직선을 **동경(動徑)**이라고 부릅니다. 시계의 초침처럼, 축에서 시작해 각 \(\theta\)(세타, 각도를 나타내는 그리스 문자)만큼 돌린 바늘이 동경입니다.

1. 사인·코사인이 −1과 1 사이에 갇히는 이유 — 그것은 '좌표'라서

먼저 삼각함수를 원 위에서 봅니다. 반지름이 \(1\)인 원(단위원) 위에서 동경이 각 \(\theta\)만큼 돌아 원과 만나는 점 \(P\)를 잡으면, 그 점의 가로 좌표가 코사인, 세로 좌표가 사인입니다.

$$\cos\theta = (\text{점 }P\text{의 가로 좌표}),\qquad \sin\theta = (\text{점 }P\text{의 세로 좌표})$$

여기서 값이 갇히는 이유가 곧바로 보입니다. 점 \(P\)는 반지름 \(1\)짜리 원 위에 있으니, 원점에서 아무리 멀어도 거리가 \(1\)입니다. 그러니 그 점의 가로 좌표도, 세로 좌표도 \(-1\)보다 작아질 수 없고 \(1\)보다 커질 수 없습니다.

$$-1 \le \cos\theta \le 1,\qquad -1 \le \sin\theta \le 1$$

사인·코사인이 좁은 울타리 안에 사는 것은 외워야 할 규칙이나 우연이 아니라, 그것이 반지름 \(1\)짜리 원 위 점의 좌표이기 때문입니다. 점이 원을 벗어날 수 없으니 좌표도 \(1\)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삼각비를 이렇게 원 위 좌표로 다시 정의하는 이야기는 직각삼각형엔 90도까지뿐인데 sin120도는 어떻게 재나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2. 탄젠트는 좌표가 아니라 '좌표의 비'다

탄젠트는 사정이 다릅니다. 탄젠트는 점 \(P\)의 좌표 하나가 아니라, 세로 좌표를 가로 좌표로 나눈 값입니다.

$$\tan\theta = \frac{\sin\theta}{\cos\theta} = \frac{\text{세로 좌표}}{\text{가로 좌표}} = \frac{y}{x}$$

말로 풀면 이렇습니다. 사인·코사인은 "점이 어디에 있나"를 그대로 읽은 값이고, 탄젠트는 "그 점이 원점에서 볼 때 얼마나 가파른 방향에 있나"를 재는 값입니다. 실제로 \(y/x\)는 원점과 점 \(P\)를 잇는 직선(동경)의 기울기와 정확히 같습니다 — 가로로 \(x\)만큼 갈 때 세로로 \(y\)만큼 오르니까요.

그리고 '비(比)'에는 갇힐 이유가 없습니다. 좌표 하나하나는 \(1\)을 넘을 수 없지만, 작은 수를 더 작은 수로 나누면 몫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자를 \(1\)에 가깝게 둔 채 분모만 \(0.5 \to 0.1 \to 0.0175\)로 줄여 보면, 몫은 \(2 \to 10 \to 57\)로 뛰어오릅니다. 분자는 그대로인데 분모가 작아지자 몫이 폭발한 것입니다. 탄젠트가 울타리를 못 넘는 사인·코사인과 운명이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 '나누기'입니다.

3. 90° 근처에서 벌어지는 일 — 분모가 0으로 가면 폭발한다

그럼 왜 하필 \(90°\)에서 치솟을까요? 각이 \(90°\)에 다가가면 점 \(P\)는 원의 맨 위 \((0,\,1)\)로 올라갑니다. 이때 세로 좌표(사인)는 \(1\)에 가까워지지만, 가로 좌표(코사인)는 \(0\)에 가까워집니다. 탄젠트는 이 가로 좌표로 나누는 값이니, 나누는 수가 \(0\)에 다가갈수록 몫이 끝없이 커집니다.

$$\tan 89° = \frac{0.9998}{0.0175} \approx 57.29,\qquad \tan 89.9° \approx 572.96$$

각을 \(90°\)에 조금씩 더 붙일수록 분모는 더 작아지고 탄젠트는 더 크게 치솟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90°\)가 되면 가로 좌표가 딱 \(0\)이 됩니다. \(0\)으로 나누는 것은 수학에서 허용되지 않으므로 \(\tan 90°\)는 아예 값이 없습니다. 계산기가 에러를 내는 이유입니다. 그래프에서는 이 자리에 함수가 닿을 수 없는 세로 경계선이 생기는데, 이것을 점근선이라 부릅니다 — 곡선이 한없이 다가가지만 결코 만나지는 않는 선입니다.

방향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90°\)를 왼쪽에서 다가가면(예: \(89.9°\)) 가로 좌표가 아주 작은 양수라 탄젠트는 \(+\) 쪽으로 치솟지만, \(90°\)를 갓 지나면(예: \(90.1°\)) 점 \(P\)가 왼쪽으로 넘어가 가로 좌표가 아주 작은 음수가 됩니다. 그래서 탄젠트는 \(90°\)를 경계로 \(+\)무한대에서 \(-\)무한대로 순식간에 건너뜁니다. 사인·코사인에는 절대 없는, 오직 '나누기'를 품은 탄젠트만의 극적인 장면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탄젠트(tangent)'라는 이름 자체가 이 이야기와 닿아 있습니다. 단위원의 오른쪽 끝 \((1,\,0)\)에 원과 살짝 닿는 세로 접선을 세우고 동경을 늘려 그 접선과 만나게 하면, 만나는 점의 높이가 바로 \(\tan\theta\)입니다. 각이 \(90°\)에 다가가 동경이 세로로 서면, 접선과 만나는 그 점은 하늘 끝까지 달아납니다.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이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4. 직접 확인해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theta\) 슬라이더를 \(0°\)에서 \(90°\) 가까이까지 돌려 보세요. 왼쪽 원에서는 점 \(P\)의 세로 좌표(사인)와 가로 좌표(코사인)가 표시되고, 동경을 늘려 오른쪽 세로 접선(원에 살짝 닿는 선)과 만나게 하면 그 만나는 점의 높이가 곧 탄젠트 값입니다. \(\theta\)가 \(90°\)에 다가갈수록 이 점이 위로 끝없이 도망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쪽 막대 비교에서는 세 값을 한 자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각을 키워도 사인·코사인 막대는 \(-1\)과 \(1\) 사이 회색 띠 안에서만 오르내리지만, 두 좌표의 비인 탄젠트 막대는 어느 순간 그 띠를 뚫고 위로 솟구쳐 화면 밖으로 달아납니다. '예시 각' 버튼으로 \(45°\)(탄젠트 \(1\))·\(60°\)(약 \(1.73\))·\(80°\)(약 \(5.67\))·\(89°\)(약 \(57.29\))를 눌러 값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사인·코사인은 갇히고, 탄젠트만 치솟는다
각을 키우면 사인·코사인 막대는 −1과 1 사이 띠 안에 머물지만, 두 좌표의 비인 탄젠트는 90도에 다가갈수록 가로 좌표(분모)가 0에 가까워지며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칩니다.

핵심 정리

  • 사인·코사인은 반지름 \(1\)짜리 원 위 점의 좌표다. 점이 원을 못 벗어나니 좌표도 \(-1\)과 \(1\) 사이에 갇힌다.
  • 탄젠트는 좌표가 아니라 두 좌표의 비(세로 ÷ 가로 = \(y/x\))이자 동경의 기울기다. 비에는 상한이 없어, 분모가 작아지면 얼마든지 커진다.
  • 각이 \(90°\)에 다가가면 분모인 가로 좌표(코사인)가 \(0\)에 가까워져 탄젠트가 무한대로 치솟고, 정확히 \(90°\)에서는 \(0\)으로 나누게 되어 값이 없다(점근선). \(90°\)를 지나며 부호가 \(+\)에서 \(-\)로 뒤집힌다.

값이 갇히느냐 치솟느냐는 결국 그 함수가 '무엇을 재는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좌표를 재면 원 안에 머물고, 좌표의 비를 재면 분모가 사라지는 순간 하늘로 열립니다. 이 하나의 차이가 사인·코사인과 탄젠트의 성격을 통째로 갈라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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