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교과서를 펼치면 삼각함수 그래프 세 개가 나란히 등장합니다. 부드럽게 물결치는 사인 곡선, 그 물결을 살짝 옆으로 민 듯한 코사인 곡선, 그리고 혼자만 성격이 다른 — 갑자기 끊겼다가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 탄젠트 곡선. 많은 사람이 이 세 그림을 통째로 외웁니다. 사인은 원점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고, 코사인은 꼭대기에서 시작해 내려오고, 탄젠트는 어딘가에서 끊긴다고요.

그런데 이 생김새들은 외워야 할 그림이 아닙니다. 셋 다 단위원 하나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결과입니다. 원 위를 도는 점 하나만 지켜보면, 왜 사인과 코사인이 똑같이 생겼는데 위치만 어긋나 있는지, 왜 탄젠트만 뚝뚝 끊기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점 하나가 세 그래프를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시작하기 전에 말 하나만 정해 둡니다. 각을 잴 때, 원점에 한쪽 끝을 고정하고 각도만큼 돌린 반직선을 **동경(動徑)**이라고 부릅니다. 시계의 초침처럼 축에서 출발해 각 \(\theta\)(세타, 각도를 나타내는 그리스 문자)만큼 돌아간 바늘이 동경이고, 그 바늘 끝이 원과 만나는 점을 \(P\)라 하겠습니다.

1. 그래프는 어디서 오나 — 원 위 점의 두 그림자

반지름이 \(1\)인 원(단위원) 위에서 동경이 각 \(\theta\)만큼 돌아 만나는 점 \(P\)를 잡습니다. 그 점의 가로 좌표가 코사인, 세로 좌표가 사인입니다.

$$\cos\theta = (\text{점 }P\text{의 가로 좌표}),\qquad \sin\theta = (\text{점 }P\text{의 세로 좌표})$$

여기서 그래프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보는 삼각함수 그래프는 가로축이 각도, 세로축이 그 각도에서의 함숫값입니다. 즉 동경을 조금씩 돌리면서 매 순간 점 \(P\)의 세로 좌표를 오른쪽으로 하나씩 찍어 나가면, 그 점들이 이어져 사인 곡선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가로 좌표를 찍어 나가면 코사인 곡선이 됩니다.

직관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점 \(P\)가 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점을 벽에 비춘 그림자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은 것이 그래프입니다. 세로 벽에 비친 그림자(높이)를 늘어놓으면 사인, 가로 벽에 비친 그림자(좌우 위치)를 늘어놓으면 코사인입니다. 점은 그냥 원을 빙글빙글 돌 뿐인데, 그 그림자가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것을 펼치면 물결 모양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곡선이 \(-1\)과 \(1\)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점 \(P\)는 반지름 \(1\)짜리 원을 벗어날 수 없으니, 그 그림자(좌표)도 \(-1\)과 \(1\) 사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각을 \(0°\)에서 키우면 세로 그림자는 \(0 \to 1 \to 0 \to -1 \to 0\)으로 오르내리고, 이 오르내림을 그대로 펼친 것이 우리가 아는 사인 물결입니다.

2. 코사인은 사인을 옆으로 민 그래프다

이제 두 곡선을 겹쳐 놓고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보입니다. 사인과 코사인은 모양이 완전히 똑같은데 위치만 어긋나 있습니다. 사인은 \(0°\)에서 \(0\)으로 출발해 \(90°\)에서 꼭대기(\(1\))에 닿지만, 코사인은 \(0°\)에서 이미 꼭대기(\(1\))에 있다가 \(90°\)에서 \(0\)으로 내려옵니다. 코사인이 사인보다 딱 \(90°\)만큼 앞서 가고 있는 셈입니다.

왜 하필 \(90°\)일까요? 원으로 돌아가 보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점 \(P\)의 가로 좌표(코사인)와 세로 좌표(사인)는 서로 \(90°\) 어긋난 두 방향의 그림자입니다. 점이 방금 가로로 가장 멀리 갔을 때(가로 그림자가 최대), 세로로는 아직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정확히 \(90°\)를 더 돌아야 세로 그림자가 최대가 됩니다. 두 그림자가 서로 \(90°\) 시차를 두고 똑같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기 때문에, 두 곡선은 같은 물결을 \(90°\)만큼 밀어 놓은 관계가 됩니다.

이것을 식 하나로 적으면 이렇게 됩니다.

$$\cos\theta = \sin(\theta + 90°)$$

말로 풀면 "어떤 각의 코사인 값은, 그 각에 \(90°\)를 더한 각의 사인 값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래프에서는 코사인 곡선을 오른쪽으로 \(90°\)만큼 밀면 사인 곡선과 정확히 포개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코사인을 \(90°\) 밀어 사인에 겹쳐 보면, 두 곡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인과 코사인은 사실상 한 곡선의 두 얼굴입니다. 원을 도는 점의 세로 그림자냐 가로 그림자냐, 어느 쪽을 보느냐만 다를 뿐이지요.

3. 탄젠트 그래프는 왜 뚝뚝 끊기나

사인·코사인이 얌전한 물결이라면, 탄젠트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탄젠트 곡선은 아래에서 올라오다 어느 순간 하늘로 치솟아 사라지고, 한참 뒤 땅 밑에서 다시 올라옵니다. 중간이 뭉텅뭉텅 끊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핵심은 탄젠트가 좌표 하나가 아니라 두 좌표의 비라는 데 있습니다.

$$\tan\theta = \frac{\sin\theta}{\cos\theta} = \frac{\text{세로 그림자}}{\text{가로 그림자}}$$

사인·코사인은 그림자를 그대로 읽은 값이지만, 탄젠트는 세로 그림자를 가로 그림자로 나눈 값입니다. 나눗셈이 끼어드는 순간 사정이 달라집니다. 나누는 수(가로 그림자, 즉 코사인)가 \(0\)에 가까워지면 몫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정확히 \(0\)이 되면 값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가로 그림자가 \(0\)이 되는 곳이 어디일까요? 점 \(P\)가 원의 맨 위(\(90°\))나 맨 아래(\(270°\))에 있을 때입니다. 이 자리에서 점은 세로축에 딱 붙어 가로 좌표가 \(0\)이 됩니다. 그래서 탄젠트는 각이 \(90°\)나 \(270°\)에 다가가면 무한대로 치솟고, 그 자리에서는 \(0\)으로 나누게 되어 아예 값이 없습니다. 그래프에는 이 자리에 곡선이 결코 닿지 못하는 세로 경계선이 생기는데, 이것을 점근선이라 부릅니다 — 곡선이 한없이 다가가지만 결코 만나지는 않는 선입니다.

그래서 탄젠트 곡선은 점근선을 경계로 뚝뚝 끊긴 채, \(180°\)마다 같은 모양을 반복합니다. (탄젠트가 \(90°\) 근처에서 어떻게 부호까지 뒤집으며 치솟는지는 왜 tan만 무한대로 치솟을까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사인·코사인이 원을 못 벗어나 좁은 띠 안에 갇힌 것과 정반대로, 탄젠트는 나눗셈을 품은 탓에 그 띠를 뚫고 위아래로 열려 버립니다. 세 그래프의 성격을 가른 것은 결국 좌표를 보느냐, 좌표의 비를 보느냐였습니다.

4. 직접 확인해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theta\) 슬라이더를 \(0°\)에서 \(360°\)까지 돌려 보세요. 왼쪽 원에서 점 \(P\)가 돌아가는 동안, 그 점의 가로 좌표(코사인, 초록)와 세로 좌표(사인, 파랑)가 오른쪽 그래프에 물결로 찍힙니다. 두 물결의 생김새가 똑같고 위치만 어긋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사인을 오른쪽으로 \(90°\) 밀어 사인에 겹치기' 버튼을 누르면, 민 코사인(분홍 점선)이 사인 곡선 위로 정확히 포개집니다 — 둘이 한 곡선임을 보여 줍니다. '탄젠트 그래프 켜기' 버튼을 누르면 탄젠트(주황) 곡선이 함께 그려지는데, \(90°\)와 \(270°\)의 점근선에서 곡선이 끊기고 위아래로 달아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위원이 그리는 사인·코사인·탄젠트 그래프
원 위를 도는 점의 세로 그림자를 늘어놓으면 사인, 가로 그림자를 늘어놓으면 코사인이 되고, 둘은 90도 어긋난 한 곡선입니다. 두 그림자의 비인 탄젠트는 가로 그림자가 0이 되는 90도·270도에서 끊깁니다.

핵심 정리

  • 삼각함수 그래프는 외울 그림이 아니라 단위원 위 점의 그림자를 시간순으로 펼친 것이다. 세로 그림자를 펼치면 사인, 가로 그림자를 펼치면 코사인 곡선이 된다.
  • 두 그림자는 서로 \(90°\) 어긋난 한 몸이라, 코사인은 사인을 옆으로 민 곡선이다: \(\cos\theta = \sin(\theta + 90°)\). 사인과 코사인은 한 곡선의 두 얼굴이다.
  • 탄젠트는 좌표가 아니라 두 좌표의 비(세로 ÷ 가로)라, 가로 그림자(코사인)가 \(0\)이 되는 \(90°\)·\(270°\)에서 무한대로 치솟고 값이 없어진다(점근선). 그래서 곡선이 뚝뚝 끊긴 채 \(180°\)마다 반복된다.

원을 도는 점 하나가 벽에 드리우는 그림자 — 그것이 세 곡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얌전한 물결도, 옆으로 민 쌍둥이도, 뚝뚝 끊기는 곡선도, 알고 보면 같은 원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 결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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