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삼각함수를 공부하다 보면 부호를 바꾸고 이름을 맞바꾸는 공식들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sin(-\theta) = -\sin\theta, \qquad \cos(-\theta) = \cos\theta$$$$\sin(90° - \theta) = \cos\theta, \qquad \cos(90° - \theta) = \sin\theta$$

여기서 \(\theta\)(세타)는 각도를 나타내는 그리스 문자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네 줄을 통째로 외웁니다. "음수를 넣으면 사인은 부호가 바뀌고 코사인은 그대로", "\(90°\)에서 빼면 사인과 코사인이 자리를 바꾼다"고요. 그런데 왜 하필 사인만 부호가 바뀌는지, 왜 \(90°\)에서 빼면 이름이 맞바뀌는지 물으면 답이 막힙니다.

이 규칙들은 외워야 할 목록이 아닙니다. 단위원 위 점 하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보면 네 줄이 전부 저절로 나옵니다. 각을 음수로 뒤집는 것도, \(90°\)에서 빼는 것도, 결국 원 위의 점을 어떤 거울에 비추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두 거울의 정체를 밝혀 봅니다.

먼저 말 하나만 정해 둡니다. 각을 잴 때, 원점에 한쪽 끝을 고정하고 각도만큼 돌린 반직선을 **동경(動徑)**이라고 부릅니다. 시계의 초침처럼 축에서 출발해 각 \(\theta\)만큼 돌아간 바늘이 동경이고, 그 바늘 끝이 반지름 \(1\)인 원(단위원)과 만나는 점을 \(P\)라 하겠습니다. 그 점의 가로 좌표가 코사인, 세로 좌표가 사인입니다.

$$\cos\theta = (\text{점 }P\text{의 가로 좌표}), \qquad \sin\theta = (\text{점 }P\text{의 세로 좌표})$$

이 한 문장만 손에 쥐고 있으면 나머지는 그림이 알아서 풀어 줍니다.

1. 각을 음수로 뒤집으면 — 가로축 거울

각도를 음수로 준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각을 양수로 키우면 동경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음수 각은 반대로 시계 방향으로 돈다는 뜻입니다. \(\theta\)만큼 시계 반대로 간 자리가 \(P\)라면, \(-\theta\)는 같은 크기만큼 시계 방향으로 간 자리 — 즉 \(P\)를 가로축(x축)을 기준으로 아래로 뒤집은 자리입니다.

거울에 비춘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가로축을 수면(水面)이라 치고 \(P\)를 물에 비추면, 그 물그림자가 바로 \(-\theta\)의 점입니다. 이 뒤집기에서 좌표가 어떻게 변하는지 봅시다.

  • 가로 좌표는 그대로입니다. 위아래로만 뒤집었으니 좌우 위치는 꿈쩍하지 않습니다.
  • 세로 좌표는 부호만 바뀝니다. 물 위에 있던 높이가 그대로 물 아래 깊이가 되니, 크기는 같고 방향(부호)만 반대입니다.

가로 좌표가 코사인, 세로 좌표가 사인이었지요. 그러니 이 뒤집기를 좌표의 언어로 그대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cos(-\theta) = \cos\theta, \qquad \sin(-\theta) = -\sin\theta$$

외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로축 거울은 세로(사인)만 뒤집고 가로(코사인)는 건드리지 않는다 — 이 한 문장이 두 공식의 전부입니다. 사인만 부호가 바뀌는 이유는 사인이 곧 '뒤집히는 방향'인 세로 좌표이기 때문입니다.

2. 왜 '기함수·우함수'라는 이름이 붙나

이 성질에는 정식 이름이 있습니다. 코사인처럼 \(-\theta\)를 넣어도 값이 그대로인 함수를 우함수, 사인처럼 \(-\theta\)를 넣으면 부호가 뒤집히는 함수를 기함수라고 부릅니다. 우함수는 세로축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이고, 기함수는 원점을 기준으로 \(180°\) 돌려도 겹치는 대칭입니다.

이름의 뿌리는 거듭제곱에 있습니다. \(x^2\)처럼 지수가 짝수면 \(-x\)를 넣어도 음수 부호가 짝을 지어 사라져 값이 그대로라 '우(偶, 짝수)함수'이고, \(x^3\)처럼 지수가 홀수면 음수 부호가 하나 남아 값이 뒤집혀 '기(奇, 홀수)함수'입니다. 코사인이 짝수 쪽, 사인이 홀수 쪽 성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셈입니다. (짝·홀 대칭이 어디서 오는지는 우함수·기함수는 왜 짝수·홀수인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탄젠트는 어떨까요? 탄젠트는 사인을 코사인으로 나눈 값이었습니다. 분자(사인)는 부호가 뒤집히고 분모(코사인)는 그대로이니, 몫은 부호가 뒤집힙니다.

$$\tan(-\theta) = \frac{\sin(-\theta)}{\cos(-\theta)} = \frac{-\sin\theta}{\cos\theta} = -\tan\theta$$

그래서 탄젠트도 사인과 같은 기함수입니다. 새로 외울 필요 없이, 가로축 거울 규칙 하나에서 세 함수의 음각 공식이 모두 흘러나옵니다.

3. 90도에서 빼면 — 대각선 거울

이제 두 번째 변형입니다. 각을 \(90°\)에서 빼면, 즉 \(90° - \theta\)를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번엔 부호가 아니라 사인과 코사인의 이름 자체가 맞바뀝니다.

$$\sin(90° - \theta) = \cos\theta, \qquad \cos(90° - \theta) = \sin\theta$$

가장 친근한 그림은 직각삼각형입니다. 직각삼각형의 세 각을 더하면 \(180°\)인데 그중 하나가 직각(\(90°\))이니, 남은 두 예각의 합은 정확히 \(90°\)입니다. 즉 한 예각이 \(\theta\)이면 다른 예각은 자동으로 \(90° - \theta\)입니다. 이렇게 합이 \(90°\)가 되는 두 각을 서로의 **여각(餘角)**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 예각에서 본 '높이(마주 보는 변)'는, 반대편 예각에서 보면 '밑변(붙어 있는 변)'이 됩니다. 삼각형을 돌려서 보는 각을 바꾸면 높이와 밑변의 역할이 그대로 뒤바뀌는 것입니다. 사인은 빗변 대비 높이의 비, 코사인은 빗변 대비 밑변의 비였으니, 보는 각을 여각으로 바꾸면 사인과 코사인이 서로의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그래서 "한 각의 사인은 그 여각의 코사인과 같다"가 됩니다.

단위원으로 보면 이 맞바꿈이 더 선명합니다. 각 \(\theta\)의 점 \(P\)와 각 \(90° - \theta\)의 점 \(Q\)를 나란히 찍어 보면, \(Q\)는 \(P\)를 대각선(\(y = x\) 직선)을 기준으로 뒤집은 자리에 있습니다. 대각선 거울은 가로와 세로를 통째로 맞바꾸는 거울입니다 — 물에 비추는 대신 좌우와 상하를 대각선으로 접는 셈이지요. 그러니 \(P\)의 가로 좌표(코사인)는 \(Q\)에서 세로 좌표(사인)가 되고, \(P\)의 세로 좌표(사인)는 \(Q\)에서 가로 좌표(코사인)가 됩니다. 좌표가 통째로 자리를 바꾸니, 사인과 코사인이라는 이름도 함께 바뀝니다.

정리하면, 코사인이라는 이름에서 '함께'를 뜻하는 co가 붙은 것도 이 여각 관계 때문입니다. 코사인(cosine)은 원래 '여각의 사인(complementary sine)'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코사인은 사인의 다른 함수가 아니라, 여각에서 바라본 사인일 뿐입니다.

4. 두 거울을 한 그림으로

두 변형은 결국 각을 어떻게 바꾸면 점이 어느 거울에 비치는가라는 한 가지 이야기였습니다.

  • 음각 \(-\theta\) → 점을 가로축에 비추는 거울 → 세로(사인)만 부호가 바뀜 → 코사인은 그대로, 사인·탄젠트는 부호 반전.
  • 여각 \(90° - \theta\) → 점을 대각선에 비추는 거울 → 가로와 세로가 통째로 맞바뀜 → 사인 ↔ 코사인 이름 교환.

핵심은 삼각함수가 결국 원 위 점의 좌표라는 데 있습니다. 각을 어떤 방식으로 변형하면 그 점이 어떤 거울에 비치는지가 정해지고, 좌표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곧 공식이 됩니다. 부호 규칙표를 통째로 외우는 대신, "이 변형은 어느 거울인가?"만 물으면 됩니다. 각을 음수로 뒤집으면 가로축 거울, \(90°\)에서 빼면 대각선 거울 — 나머지는 좌표가 알아서 말해 줍니다.

5. 직접 확인해보기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theta\) 슬라이더를 움직여 보세요. 위쪽 버튼으로 두 거울을 번갈아 볼 수 있습니다.

음각 모드에서는 각 \(\theta\)의 점 \(P\)(파랑)와 각 \(-\theta\)의 점(빨강)이 가로축을 기준으로 위아래 거울처럼 마주 봅니다. 두 점의 가로 좌표(코사인)를 나타내는 초록 막대는 항상 똑같은 길이로 붙어 있고, 세로 좌표(사인)를 나타내는 막대만 위아래로 부호가 뒤집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각 모드에서는 각 \(\theta\)의 점 \(P\)와 각 \(90° - \theta\)의 점 \(Q\)가 대각선을 기준으로 마주 봅니다. \(P\)의 가로 막대 길이와 \(Q\)의 세로 막대 길이가 정확히 같고, 반대로 \(P\)의 세로와 \(Q\)의 가로가 같아, 사인과 코사인이 자리를 바꾼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숫자판의 값이 소수점까지 똑같이 맞아떨어지는지도 함께 보세요.

음각과 여각 — 두 거울이 만드는 삼각함수 공식
각을 음수로 뒤집으면 점이 가로축에 비쳐 세로(사인)만 부호가 바뀌고, 90도에서 빼면 점이 대각선에 비쳐 가로와 세로(코사인과 사인)가 통째로 자리를 바꿉니다.

핵심 정리

  • 삼각함수는 결국 단위원 위 점의 좌표다(가로=코사인, 세로=사인). 각을 변형하면 점이 어떤 거울에 비치는지가 정해지고, 좌표 변화가 그대로 공식이 된다.
  • 음각 \(-\theta\)는 가로축 거울이다. 세로(사인)만 부호가 뒤집히고 가로(코사인)는 그대로다: \(\cos(-\theta)=\cos\theta\)(우함수), \(\sin(-\theta)=-\sin\theta\)(기함수), \(\tan(-\theta)=-\tan\theta\).
  • 여각 \(90°-\theta\)는 대각선 거울이다. 가로와 세로가 통째로 맞바뀌어 사인과 코사인이 자리를 바꾼다: \(\sin(90°-\theta)=\cos\theta\), \(\cos(90°-\theta)=\sin\theta\). 코사인의 co가 바로 '여각(complementary)'에서 온 이름이다.
  • 부호·이름 규칙표를 외우는 대신 "이 변형은 어느 거울인가?" 하나만 물으면 된다.

각을 뒤집고 빼는 규칙들은 서로 다른 암기 항목이 아니라, 같은 점을 서로 다른 거울에 비춘 그림이었습니다. 원 위를 도는 점 하나와 두 개의 거울 — 그것이 공식표 한 페이지의 정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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