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도 앱에 목적지를 찍으면 두 가지 정보가 뜹니다. 하나는 "지금 그 자리에 뭐가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리로 가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가"입니다. 대개 이 둘은 같은 곳을 가리키지만, 목적지 건물만 통째로 사라졌다고 해서 그리로 가는 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길은 여전히 그 자리를 향합니다.

함수에서도 똑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도착한 값: \(x\)가 정확히 어떤 값 \(a\)일 때, 함수가 실제로 찍어 놓은 높이는 얼마인가. 이것을 함수값 \(f(a)\)라고 부릅니다.
  • 다가가는 값: \(x\)를 \(a\)로 점점 가까이 가져갈 때, 함수의 높이가 어디로 향하는가. 이것을 극한값이라 하고 이렇게 씁니다.
$$\lim_{x \to a} f(x)$$

여기서 \(\lim\)은 영어 limit(극한)의 줄임말로 "다가가는 값"을 뜻하고, \(x \to a\)는 "\(x\)를 \(a\)로 다가가게 한다"는 뜻입니다. 화살표는 도착이 아니라 접근을 나타냅니다.

이 글의 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극한값은 그 점에 도착했을 때의 값이 아니라, 그 점 근처로 다가갈 때 향하는 값이다. 그래서 함수값과 극한값은 대개 같지만, 원리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사건이고, 어긋날 수 있습니다.

1. 극한은 '그 점'을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다

극한의 정의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x\)가 \(a\)로 다가간다고 할 때, \(x\)는 \(a\)에 가까이 갈 뿐 \(a\)에 도달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극한은 \(a\)의 양옆 이웃만 살피고, 정작 \(a\)라는 점 자체는 계산에서 빼 둡니다.

왜 일부러 뺄까요. 그래야 "다가감"이라는 개념이 "도착"과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극한이 \(a\)에서의 값까지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그냥 함수값을 다시 묻는 것일 뿐 새로운 정보가 아닙니다. 극한이 값어치를 가지는 이유는 바로 \(a\)를 제외하고도 "이 근처는 어디로 모이는가"를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 직관: 극한은 목적지 근처까지만 걸어가 보고 "이 길은 저기로 향한다"라고 판단한다. 목적지 문을 열어 보지는 않는다.
  • 설명: \(x \to a\)는 \(x = a\)를 포함하지 않는다. 왼쪽에서 다가가든 오른쪽에서 다가가든, \(a\) 바로 앞까지만 본다.
  • : 그래서 \(a\)에서의 극한값을 계산할 때는 \(f(a)\)를 대입하지 않고, \(a\) 근처에서 함수가 어떤 높이로 좁혀지는지를 본다.

이 "일부러 빼 둔다"는 성질이 이 글의 나머지 전부를 설명합니다. 딱 한 점만 손을 대도 극한은 꿈쩍하지 않으니까요.

2. 왜 한 점만 건드려도 극한은 그대로인가

함수값 \(f(a)\)는 오직 \(a\) 한 점에 찍힌 하나의 도장입니다. 이 도장을 지우거나, 엉뚱한 높이로 옮겨 찍어도, \(a\)의 양옆 이웃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극한은 그 양옆 이웃만 보고 판단하니, 도장을 어떻게 하든 극한값은 똑같이 남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봅시다. 다음 함수를 생각합니다.

$$f(x) = \frac{x^2 - 1}{x - 1}$$

\(x = 1\)을 그냥 대입하면 분자도 \(0\), 분모도 \(0\)이 되어 \(\tfrac{0}{0}\), 즉 "아직 모름" 꼴이 됩니다. 함수값 \(f(1)\)은 정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x \ne 1\)인 곳에서는 분자를 인수분해해 약분할 수 있습니다.

$$\frac{x^2 - 1}{x - 1} = \frac{(x+1)(x-1)}{x-1} = x + 1 \quad (x \ne 1)$$

즉 이 함수는 \(x = 1\)만 빼면 완전히 직선 \(y = x + 1\)과 똑같습니다. 그러니 \(x\)를 \(1\)로 다가가게 하면 높이는 거침없이 \(1 + 1 = 2\)로 향합니다.

$$\lim_{x \to 1} \frac{x^2 - 1}{x - 1} = 2$$

함수값 \(f(1)\)은 없는데, 극한값은 \(2\)로 멀쩡히 존재합니다. 그래프로 보면 직선 \(y = x + 1\)에서 \((1, 2)\) 자리만 콕 뚫려 구멍이 난 모양입니다. 길은 \((1, 2)\)를 향하는데, 정작 그 자리에 건물이 없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봅시다. 만약 누군가 그 구멍 자리에 \((1, 1)\)처럼 엉뚱한 높이로 점 하나를 새로 찍어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함수값은 이제 \(f(1) = 1\)로 정의됩니다. 그런데도 양옆 이웃은 여전히 \(y = x + 1\) 그대로이므로, 다가가는 값은 변함없이 \(2\)입니다. 이 경우 함수값은 \(1\), 극한값은 \(2\)로 둘이 대놓고 어긋납니다. 한 점만 건드렸을 뿐인데 말입니다.

3. 어긋나는 세 가지 장면

이제 다가감과 도착의 관계를 세 장면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인터랙티브에서 모드를 바꿔 가며 직접 확인해 보세요. 왼쪽·오른쪽에서 다가갈 때 향하는 높이(빈 동그라미)와, \(x = 1\)에 실제로 찍힌 함수값(꽉 찬 점)을 따로 표시했습니다.

다가가는 값 vs 도착한 값
점 x를 1의 왼쪽·오른쪽에서 다가가게 하면 함수가 향하는 높이(극한값)가 화살표로 좁혀집니다. 매끈함 모드에서는 그 값이 x=1에 찍힌 함수값과 정확히 겹치고, 구멍 모드에서는 함수값만 아래로 옮겨져 어긋나며, 점프 모드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높이로 향해 다가가는 값 자체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장면 1 — 매끈함 (극한값 = 함수값). 직선 \(y = x + 1\)을 손대지 않은 경우입니다. \(x\)를 \(1\)로 다가가게 하면 높이는 \(2\)로 향하고, \(x = 1\)에 찍힌 함수값도 \(2\)입니다. 다가가는 값과 도착한 값이 정확히 겹칩니다. 바로 이 겹침을 수학에서는 연속이라고 부릅니다.

$$\lim_{x \to 1} f(x) = f(1) = 2$$

장면 2 — 구멍 (극한값은 있으나 함수값과 다름). 2절에서 본 경우입니다. 양옆은 여전히 \(2\)를 향하지만, \((1, 2)\)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함수값은 \((1, 1)\)처럼 다른 자리에 찍혀 있습니다. 다가가는 값 \(2\)와 도착한 값 \(1\)이 어긋납니다.

$$\lim_{x \to 1} f(x) = 2, \qquad f(1) = 1 \quad \Rightarrow \quad \text{둘이 다름}$$

이런 어긋남은 그 점 하나만 고치면 없앨 수 있어서 없앨 수 있는 불연속(구멍)이라고 부릅니다. 구멍에 \((1, 2)\)를 다시 찍어 주면 곧바로 매끈해지니까요.

장면 3 — 점프 (극한값 자체가 없음). 이번에는 왼쪽과 오른쪽이 아예 다른 높이로 향합니다. 예를 들어 \(x < 1\)에서는 \(y = x + 1\)을 따라 \(2\)로 향하고, \(x \ge 1\)에서는 \(y = x\)를 따라 \(1\)로 향한다고 합시다. 왼쪽에서 다가간 값(좌극한)은 \(2\), 오른쪽에서 다가간 값(우극한)은 \(1\)입니다.

$$\lim_{x \to 1^-} f(x) = 2, \qquad \lim_{x \to 1^+} f(x) = 1$$

여기서 \(1^-\)는 "\(1\)보다 조금 작은 쪽에서 다가감", \(1^+\)는 "\(1\)보다 조금 큰 쪽에서 다가감"을 뜻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면, "다가가는 값"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극한값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좌우가 합의를 못 봤으니 다가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4. 그래서 '연속'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세 장면을 한 줄로 요약하면, 함수값과 극한값의 관계는 딱 세 가지뿐입니다.

  • 둘이 같다 → 매끈하다(연속).
  • 극한값은 있는데 함수값과 다르거나 함수값이 없다 → 구멍(없앨 수 있는 불연속).
  • 좌·우가 달라 극한값이 아예 없다 → 점프(없앨 수 없는 불연속).

이 정리에서 연속의 정의가 저절로 따라 나옵니다. 함수가 \(x = a\)에서 연속이라는 말은, 다가가는 값과 도착한 값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뜻입니다.

$$\lim_{x \to a} f(x) = f(a)$$

이 한 줄짜리 등식은 사실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첫째 오른쪽의 \(f(a)\)가 존재해야 하고(도장이 찍혀 있어야 하고), 둘째 왼쪽의 극한값이 존재해야 하며(좌우가 같은 곳을 향해야 하고), 셋째 그 둘이 같은 값이어야 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깨지면 그 자리에서 함수는 불연속이 됩니다. "펜을 떼지 않고 그린다"는 익숙한 말은, 바로 이 세 조건이 모든 점에서 지켜진다는 뜻을 그림으로 옮긴 것입니다.

마치며

극한을 처음 배울 때 가장 헷갈리는 지점은 "그냥 \(x\)에 \(a\)를 대입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대개는 그렇게 해도 답이 맞습니다. 함수가 연속이면 다가가는 값과 도착한 값이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항상 통하는 이유가 바로 연속이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리고 연속이 깨지는 순간 대입은 엉뚱한 답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핵심입니다.

극한이 도착이 아니라 다가감을 묻는다는 이 한 가지 구분이, 앞으로 만날 미분(순간의 기울기)과 적분(넓이의 누적)이 모두 "다가감"이라는 언어로 쓰인 이유의 출발점입니다. 도착한 값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의 변화를, 다가가는 값이 붙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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