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을 매달 여는 사람이 처음으로 5500만 명을 넘겼다. 카카오가 10일 내놓은 수치를 보면 지난 2분기 카카오톡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5534만6000명이다. 5000만 명 선을 처음 밟은 게 2018년 1분기였으니, 그 위로 500만 명을 더 얹는 데 8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숫자 자체보다 눈길이 가는 건 그 증가분이 어디서 왔느냐다. 국내 이용자도 꾸준히 늘었지만, 이번 기록에는 국경 밖 변수가 하나 얹혔다.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카카오톡이 텔레그램을 대신할 메신저로 지목된 것이다.

계기는 올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당국이 텔레그램 운영에 제동을 걸자, 곧바로 카카오톡 내려받기가 치솟았다. 러시아 매체 아피샤 데일리의 집계를 보면, 카카오톡은 3월 23일 기준 러시아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7위, 소셜네트워킹 항목 2위를 찍었다. 하루 뒤인 24일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커뮤니케이션 항목 4위, 전체 무료 앱으로는 1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왜 하필 카톡이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는 국가가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텔레그램을 많이 사용한다"면서 "텔레그램을 제한하자 카톡을 많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은 모바일 메신저로 흔히 쓰이던 서비스였고, 그 자리를 한국산 카톡이 파고든 셈이다. 통제의 표적이 된 서비스를 피해, 통제 밖에 있던 낯선 대안으로 옮겨간 흐름이다.

이 대목을 이해하려면 메신저 시장의 생리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친구가 이미 쓰는 앱을 따라 쓴다. 먼저 자리 잡은 서비스일수록 떠나기 어렵고, 이를 흔히 네트워크 효과라 부른다. 새 메신저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좀처럼 틈을 못 파고드는 이유이자, 특정 사건으로 기존 강자가 흔들릴 때 비로소 문이 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러시아에서 텔레그램이 받은 규제가 딱 그런 틈이었다.

카카오는 언어의 벽을 낮추는 쪽으로도 손을 뻗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는 기본이고 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아랍어·힌디어·러시아어까지, 카카오톡 채팅 입력창은 모두 19개 언어의 번역을 받쳐 준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이용자끼리도 앱을 갈아타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 대상(B2B) 사업으로 해외를 넓히려는 그림도 함께 그린다. 북미에서는 브랜드 이모티콘, 메시지·디스플레이 광고처럼 이미 벌여 둔 사업 위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더 얹는다. 일본에서는 카카오톡을 발판 삼은 광고 상품을 연내 정식으로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이미 손에 꼽을 만큼 보급률이 높아, 더 늘릴 여지가 좁다는 평가를 오래 받아왔다. 특히 10대와 20대가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가면서, 새 이용자를 끌어올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럼에도 국내 이용자는 계속 불었다. 전체 MAU가 5000만 명을 처음 넘겼던 2018년 1분기, 국내 이용자는 4352만6000명이었다. 지난 2분기에는 4963만1000명으로, 약 14.0% 늘었다. 국내외를 합친 전체 MAU 역시 5034만8000명에서 5534만6000명으로 올라, 약 9.9%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을 웃도는 만큼, 아직은 성장의 무게추가 국내에 실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세계 메신저 시장에는 왓츠앱과 텔레그램이 먼저 깃발을 꽂았고, 앞서 말한 네트워크 효과가 이들을 단단히 떠받친다. 전문가들이 카카오톡의 정면 승부를 회의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다만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K콘텐츠의 지식재산(IP)이나 인공지능(AI)을 지렛대로 삼는 우회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가천대 경영학부의 전성민 교수는 "메신저 시장은 네트워크 효과의 영향이 크지만, 멀티호밍의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카카오톡이 K콘텐츠 IP 등을 활용한 AI 에이전트로서 실험을 이어가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멀티호밍이란 한 사람이 여러 메신저를 동시에 곁들여 쓰는 습관을 가리킨다. 텔레그램을 지우지 않고도 카톡을 함께 깔 수 있다는 것, 러시아 이용자들이 보여준 게 바로 그 틈이다.

5500만이라는 숫자는 카카오톡이 오래 서 있던 자리를 다시 확인해 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익숙한 국내가 아니라 낯선 국경 밖에서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이 글은 전자신문 IT의 보도를 사실 확인해 재구성했습니다. 원문: 전자신문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