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홍보 영상을 보면 약속이나 한 듯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반듯하게 개어 놓은 빨래다.
올 초 LG전자가 이런 시연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피규어 AI, 위브 로보틱스, 선데이 로보틱스, 1X처럼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회사들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한발 앞섰다. 2024년 1월에 이미 옵티머스가 셔츠를 정리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수천만달러를 들여 만든 로봇이 겨우 셔츠와 바지를 접는 모습으로 실력을 뽐낸다니,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사람 손에는 시시한 일이 로봇에게는 만만치 않아서다. 빨랫감은 접힌 모양이 매번 다르고, 앞뒤가 뒤섞여 있으며, 손을 대는 순간 형태가 또 바뀐다.
첫 번째 열쇠가 여기 숨어 있다. 로봇 회사들이 확인하려는 건 '빨래를 잘 개는 솜씨'가 아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빨래까지 개낼 수 있는가'다. 말하자면 빨래 개기는 로봇이 낯선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 그 일반화 능력을 재보는 시험대다.
로봇에게 옷이 유독 까다로운 까닭은 옷이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물건이라는 데 있다. 컵은 어떻게 쥐어도 컵이고 의자는 옮겨도 의자지만, 티셔츠는 손이 닿는 위치마다 전혀 다른 덩어리로 변한다. 한쪽 끝을 들면 소매가 축 처지고, 손이 닿은 자리를 따라 엉뚱한 부분까지 딸려 온다.
그래서 로봇은 '어디를 잡을까'만 정해서는 부족하다. 그 지점을 쥐었을 때 나머지 천이 어떻게 출렁일지까지 미리 그려야 한다. 실제로 로봇공학에서 이렇게 모양이 변하는 물체를 다루는 일은 하나의 독립된 연구 주제로 자리 잡았고, 성능을 견줄 벤치마크까지 마련돼 있다.
변수는 더 있다. 옷의 종류도, 크기도, 재질도, 구겨진 정도도, 어디에 놓였는지도 제각각이다. 정리하면 빨래란 통제 불가능한 집이라는 공간의 온갖 변수를 한 가지 작업에 욱여넣은 문제인 셈이다. 손이 야무진지를 보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실을 얼마나 잘 읽어내는지를 보는 쪽에 가깝다.
스펠만대 총장을 맡고 있는 로봇공학자 아얀나 하워드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로봇한테 옷 개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오랫동안 이 분야의 "성배"로 불렸다고 말했다. 피규어 AI 역시 이 작업을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가장 어려운 정교한 조작 작업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옷 개는 로봇이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다만 시장에 뿌리내리는 데는 대체로 실패했다. 1만6000달러짜리 빨래 접이 로봇을 만든 일본 업체 런드로이드는 2019년 파산을 신청했다. 폴디메이트는 2010년대 후반 CES 무대에서 몇 번이나 화제를 모았지만, 끝내 제품을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비싼 값과 낮은 완성도가 발목을 잡은 결과다. 그런데 판이 달라졌다. AI가 빠르게 발전했고 부품값은 내려갔으며, 이른바 '피지컬 AI'로 사람과 돈이 몰렸다. 그 덕에 이제는 빨래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붙는다. 예전에는 로봇을 빨래에 맞춰 설계했다면, 지금은 AI 쪽을 빨래에 맞춰 가는 흐름이다.
무게중심도 옮겨 갔다. 이제 관건은 '빨래를 갤 수 있느냐'를 넘어선다. 넘어지고 배우기를 되풀이하며 진짜 집 안 환경에 몸을 맞춰 가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로봇이 실수하면 사람이 끼어들어 바로잡고, 그때 쌓인 기록을 모델을 손보는 데 되먹인다.
여기서 결정적인 건 데이터다. 인터넷에는 고양이 사진도 문서도 넘쳐나지만, '소파 밑으로 굴러 들어간 양말을 어떻게 집어 올리는지'를 일러주는 자료는 거의 없다.
이 빈틈을 메우려는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선데이 로보틱스는 지난해 가정에서 직접 데이터를 모으고 배우는 로봇을 공개했다. 마이크로 AGI라는 미국 스타트업은 한술 더 뜬다. 이 회사는 뉴욕에 사는 신청자의 집으로 청소 전문가와 개인 요리사를 공짜로 보낸다. 그 대가로 챙기는 건 돈이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다.
결국 로봇 회사들이 벌이는 진짜 승부는 손끝 기술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 가정에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돌발 상황을 얼마나 많이 겪고 소화했느냐, 그 싸움이다.
현실적인 문턱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통 수천달러를 웃돈다. 이 값이면 빨래는 세탁소에 맡기는 편이 훨씬 싸다. 집 안까지 파고들려면 옷 개기 정도로는 어림없고, 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내야 수요가 생긴다.
그래서 시험 항목도 여럿이다. '장난감 정리'는 물체를 분류하고 공간을 파악하는 눈을 본다. '식기 정리'는 힘 조절과 섬세한 손놀림을 확인한다. '커피 만들기'는 도구를 다루고 동작을 이어 붙이는 능력을 잰다. 컵이며 커피, 물, 그리고 기계까지 하나하나 찾아낸 뒤 여러 동작을 단일한 목표로 엮어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선데이 로보틱스는 자사 모델 ACT-2의 쓰임새를 빨래 너머로 넓히고 있다. 장난감 정리와 청소, 지퍼 채우기, 뒤집힌 옷을 바로잡는 일, 커피 준비까지 목록에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가정용 휴머노이드 앞에는 진짜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집을 청소해 줘"라는 한마디다.
빨래 개기에는 그나마 정해진 절차가 있다. 펼치고, 모양을 잡고, 접는다. 하지만 집 전체를 치우라는 주문이 떨어지는 순간 규칙이 사라진다. 바닥에 무엇이 굴러다니는지 알 수 없고, 물건마다 제자리가 다르며, 사용자가 바라는 '깨끗한 상태'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로봇이 스스로 판을 읽고 작업 순서를 짜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요즘 연구는 짧은 동작 하나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여러 집안일을 이어 가는 능력을 따로 재기 시작했다. 2026년 나온 '롱액트(LongAct)' 벤치마크가 그런 예다. 말로 지시한 장기 집안일을 로봇이 얼마나 잘 계획하고 실행하는지 보는데, 최신 모델들이 작업을 끝까지 해낸 비율은 16%에 그쳤다.
빨래 개기가 '정해진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능력이라면, 집 청소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다.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벽은 정교한 손놀림이 아닐 수 있다. 상황을 읽고 무엇을 할지 고르는 판단력이다.
이렇게 보면 로봇 영상마다 되풀이되는 빨래 개기는 그저 집안일 자랑이 아니다. 로봇이 현실이라는 무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워 나가는지 가늠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이 글은 AI타임스의 보도를 사실 확인해 재구성했습니다. 원문: AI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