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사 앞에 문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라' 건반을 누르면 현이 1초에 440번 떨립니다. 한 옥타브 위의 '라'는 정확히 두 배, 880번 떨립니다. 그 사이에 건반이 12개 있으니, 조율사는 440에서 880까지를 열두 계단으로 나눠야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균등 분할입니다. 880에서 440을 빼면 440이고, 이걸 12로 나누면 약 36.7이니까 — 계단 하나마다 36.7씩 올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렇게 조율하면 피아노가 틀어집니다.
덧셈으로 나누면 조율이 틀어진다
우리 귀는 두 음의 '차이'가 아니라 '비율'을 듣기 때문입니다.
440에서 476.7로 가는 첫 계단은 8.3% 올라갑니다. 그런데 같은 36.7을 더해도, 843에서 880으로 가는 마지막 계단은 4.4%밖에 안 올라갑니다. 더한 양은 똑같은데 귀에는 첫 계단이 마지막 계단보다 거의 두 배 크게 들립니다. 아래로 갈수록 계단이 성큼성큼, 위로 갈수록 종종걸음이 되는 셈입니다.
계단이 똑같이 '들리려면' 더하는 양이 아니라 곱하는 비율이 같아야 합니다. 즉 조율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얼마를 더할까"가 아니라 이 질문의 답입니다.
어떤 수를 열두 번 곱하면 정확히 2가 될까?
열두 번 곱해서 2가 되는 수
이 수를 \(x\)라고 부르면, 조건은 식 하나로 적힙니다.
$$x^{12} = 2$$열두 번 곱해 2가 되는 수 — 그러니까 2의 '12분의 1 제곱'입니다.
$$x = 2^{1/12} \approx 1.05946$$분수 제곱이 낯설다면 이렇게 읽으면 됩니다 — '12분의 1 제곱'은 열두 번 곱하면 2가 되는 수, 곧 2의 12제곱근입니다. 여기서는 결과만 쥐고 갑니다: 반음 하나 = 약 1.05946배 = 약 5.95% 상승.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많이 걸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 "5.95% 오른다"와 "1.05946을 곱한다"는 같은 말입니다.
- 배율 1.05946에서 앞의 1은 원래 있던 것을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고, 뒤의 0.05946이 새로 붙는 몫입니다.
- 1이 없으면 원래 것이 사라지고 이자만 남는 이상한 계산이 됩니다.
주파수 440이 "5.95% 오른다"는 것은 \(440 \times 1.05946 \approx 466.2\)가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466.2Hz는 '라' 바로 위 검은건반, '라샵'의 주파수입니다.
건반에서 직접 확인하기
말보다 건반이 빠릅니다. 아래에서 반음을 하나씩 눌러 보세요. 누를 때마다 배율에 1.05946이 곱해지고, 열두 번째에서 정확히 2.000에 도착합니다.
viz 아래쪽 그래프에서 눈여겨볼 것은 하나입니다. 곱해서 가는 길(실선)과 더해서 가는 길(점선)은 처음엔 거의 붙어 있다가, 뒤로 갈수록 벌어집니다. 그 벌어진 틈이 어디서 왔는지가 다음 절의 내용입니다.
반음이 6%짜리 수익률이라면
이제 단어만 바꿔 보겠습니다. 반음 → 1년, 주파수 → 잔고.
연 6% 수익률로 12년을 굴리면 얼마가 될까요? "6%씩 12번이니까 72%, 그러니까 1.72배"라고 답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조율사의 계산을 이미 봤으니 다르게 답할 수 있습니다. 6% 오른다는 건 1.06을 곱한다는 뜻이고, 12년이면 열두 번 곱하는 것입니다.
$$1.06^{12} \approx 2.012$$두 배가 넘습니다. 더해서 계산한 1.72배와의 차이(약 29%p)는 어디서 왔을까요 — 이자가 원금에 합쳐진 뒤, 그 이자에도 다시 이자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돈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더하기 계산은 항상 실제보다 적게 나옵니다.
두 번만 곱하는 경우는 암산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 \(a\%\)와 \(b\%\)를 연달아 겪으면, 최종 수익률은
$$a + b + \frac{a \times b}{100}$$입니다. 10% 두 번이면 \(10 + 10 + 1 = 21\%\) — 그냥 더한 20%보다 1%p 많고, 그 1%p가 바로 "이자의 이자"입니다. 마지막 항 \(a \times b \div 100\)이 곱셈이 더하기와 갈라지는 지점의 정체입니다.
그리고 이 공식은 경고이기도 합니다. \(a\)와 \(b\)의 부호가 다르면 — 오르고 나서 내리면 — 마지막 항이 마이너스로 작동합니다. +10% 뒤 −10%는 본전이 아니라 \(10 - 10 - 1 = -1\%\)입니다. 오르내리기만 반복해도 잔고가 조금씩 녹는 이 현상은 레버리지를 다룰 때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곱셈의 눈금은 어디에나 있다
정리 대신, 같은 무늬가 반복되는 곳들을 늘어놓고 끝내겠습니다.
| 세계 | 계단 하나 | 계단의 정체 |
|---|---|---|
| 피아노 | 반음 = ×1.059 | 열두 번이면 한 옥타브(×2) |
| 예금·투자 | 연 6% = ×1.06 | 12년이면 두 배가 조금 넘음 |
| 소리 크기 | +10dB = ×10 | 데시벨은 곱셈을 덧셈처럼 적는 눈금 |
| 지진 | 규모 +1 = 에너지 약 ×32 | 규모 7과 8은 '1 차이'가 아님 |
곱셈으로 자라는 것들을 덧셈 눈금으로 재면 항상 왜곡이 생깁니다. 그래서 수학에는 곱셈을 아예 덧셈으로 바꿔 버리는 전용 도구, 로그가 있습니다. 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자주 꺼내 쓰게 될 연장이라 2단계 '로그 눈금이라는 자'에서 따로 다룹니다.
그런데 "연 6%면 12년에 두 배"라는 계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72를 6으로 나누면 12 — 소위 '72의 법칙'입니다. 이 편리한 암산 규칙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정확한 숫자는 72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왜 다들 72를 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