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을 연 50%에 5년 맡기고, 해마다 잔고의 50%를 이자로 구해 더하는 장부를 적습니다. 장부는 정확합니다. 그런데 그 다섯 줄에서 규칙 하나를 찾아내려 하면 번번이 실패합니다. 이 글은 그 장부를 곱셈으로 다시 적어,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숫자 하나를 찾습니다. 상품은 지난 강의의 것 그대로이고(50%는 계산용 숫자입니다), 지난번 1년을 5년으로 늘렸을 뿐입니다.
| 해 | 이자 (잔고 × 0.5) | 잔고 (더한 뒤) |
|---|---|---|
| 1년째 | 1,000,000 × 0.5 = 500,000 | 1,500,000 |
| 2년째 | 1,500,000 × 0.5 = 750,000 | 2,250,000 |
| 3년째 | 2,250,000 × 0.5 = 1,125,000 | 3,375,000 |
| 4년째 | 3,375,000 × 0.5 = 1,687,500 | 5,062,500 |
| 5년째 | 5,062,500 × 0.5 = 2,531,250 | 7,593,750 |
이 장부에서 규칙을 찾아봅니다. 이자 칸만 따로 읽으면 50만, 75만, 112.5만, 168.75만, 253.125만 원입니다. 첫해에서 둘째 해로 25만 원이 늘었으니 "이자가 해마다 25만 원씩 늘어나는구나" 하고 규칙을 잡고 싶어집니다. 셋째 해에서 확인하면 틀립니다. 75만에서 112.5만은 37.5만 원이 늘었습니다.
늘어난 폭을 다 적어 봅니다. 25만 · 37.5만 · 56.25만 · 84.375만 원. 이것도 매번 다릅니다. 늘어난 폭이 또 얼마씩 늘어나는지(12.5만 · 18.75만 · 28.125만 원)까지 적어도 같은 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잔고 칸도 마찬가지입니다. 150만 · 225만 · 337.5만 · 506.25만 · 759.375만 원, 이웃한 어느 두 값도 같은 간격이 아닙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이 장부는 분명히 규칙 하나로 적었습니다. 매년 똑같이 "잔고의 50%"를 붙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적어 놓은 숫자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같은 것이 한 번도 반복되지 않습니다. 규칙이 있는 게 분명한데 숫자 어디에도 그 규칙이 안 보인다 — 이 장부를 처음으로 끝까지 적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기서 멈칫합니다.
규칙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덧셈으로 적은 장부가 규칙을 가리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에 같은 장부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란히 적어 두었습니다. 이자율을 움직이면서 어느 쪽에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지 보세요.
같은 장부를 곱해서 적으면
지난 강의의 결론이 여기서 쓰입니다. 잔고에 잔고의 절반을 더하는 것(잔고 + 잔고 × 0.5)과 잔고에 배율 1.5를 곱하는 것(잔고 × 1.5)은 같은 계산이었습니다. 위 장부의 다섯 줄이 전부 그 계산입니다. 그러니 이자 칸 옆에 '곱한 수' 칸을 하나 더 두고, 다섯 줄을 곱셈으로 다시 적을 수 있습니다.
| 해 | 이자 (더해서 적으면) | 잔고 | 곱한 수 (곱해서 적으면) |
|---|---|---|---|
| 1년째 | 500,000원 | 1,500,000원 | ×1.5 |
| 2년째 | 750,000원 | 2,250,000원 | ×1.5 |
| 3년째 | 1,125,000원 | 3,375,000원 | ×1.5 |
| 4년째 | 1,687,500원 | 5,062,500원 | ×1.5 |
| 5년째 | 2,531,250원 | 7,593,750원 | ×1.5 |
잔고는 어느 쪽으로 적어도 한 자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달라진 것은 줄마다 적힌 숫자입니다. 이자 칸에는 다섯 번 다 다른 금액이, 곱한 수 칸에는 다섯 번 다 1.5가 적혀 있습니다. 규칙은 처음부터 이것이었습니다. "잔고에 1.5를 곱한다."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같은 수를 다섯 번 곱하니 규칙을 한 줄로 쓸 수 있습니다. 이자율을 \(r\), 해 수를 \(n\)이라 하면
$$\text{잔고} = \text{원금} \times (1+r) \times (1+r) \times \cdots \times (1+r) = \text{원금} \times (1+r)^n$$입니다. \((1+r)^n\)은 "\((1+r)\)을 \(n\)번 곱한다"는 뜻일 뿐, 새로운 계산이 아닙니다. 5년이면 1.5를 다섯 번 곱합니다.
$$1.5 \times 1.5 \times 1.5 \times 1.5 \times 1.5 = 7.59375$$$$1{,}000{,}000 \times 7.59375 = 7{,}593{,}750$$덧셈 장부를 다섯 줄 적어 내려가서 얻은 7,593,750원이, 곱셈으로는 한 줄에 나옵니다.
덧셈 장부에서 규칙이 안 보인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덧셈 장부의 '이자' 칸은 그해 잔고를 보고 계산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잔고가 1,000,000원이면 500,000원, 5,062,500원이면 2,531,250원. 잔고가 매년 다르니 결과도 매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를 다섯 개 늘어놓고 그 속에서 규칙을 찾으려 했으니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곱셈 장부의 '1.5'는 잔고를 보지 않습니다. 잔고가 100만 원이든 506만 원이든 그냥 1.5를 곱합니다. 잔고와 무관하기 때문에 잔고가 바뀌어도 그대로입니다. 이것이 규칙 자체이고, 규칙 자체를 적어 놓은 장부에서는 규칙이 같은 숫자의 반복으로 보입니다.
사실 덧셈 장부에도 규칙의 흔적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자끼리 나눠 보면 75만 ÷ 50만 = 1.5, 112.5만 ÷ 75만 = 1.5, 168.75만 ÷ 112.5만 = 1.5입니다. 이자 금액도 해마다 1.5배씩 불어나고 있었습니다. 덧셈 장부에서 유일하게 반복되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비율이었고, 비율은 나눗셈으로만 잡힙니다. 뺄셈으로 규칙을 찾으려 했기 때문에 못 찾은 것이지, 처음부터 곱셈으로 적었다면 찾을 것도 없었습니다.
이 규칙은 이 상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아노 조율 강의의 연 6%·12년이 72%가 아니라 두 배가 된 것도 1.06을 열두 번 곱한 장부였고, 20%를 두 번 굴리면 40%가 아니라 44%가 되는 것도 1.2 × 1.2 = 1.44, 같은 장부입니다. 더한 40%와 곱한 44% 사이의 4%가 어디서 생기는지는 다음 강의에서 찾습니다.
같은 숫자가 사라지는 두 장부
"곱셈으로 적으면 같은 숫자가 반복된다"는 언제나 참은 아닙니다. 두 장부를 더 적어 봅니다. 하나는 곱셈이 규칙을 아예 잃는 장부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숫자는 사라지는데 곱한다는 규칙만 남는 장부입니다.
첫째, 이자를 해마다 꺼내서 따로 둘 때입니다. 100만 원을 맡기고 해마다 나온 이자 50만 원을 통장에 두지 않고 서랍에 옮겨 둔다고 합시다. 통장에는 늘 100만 원만 남으니 이자는 매년 똑같이 50만 원입니다. 이렇게 이자가 이자를 낳지 않는 방식을 단리라고 하고, 앞의 장부처럼 이자가 잔고에 남아 다음 해 이자를 또 낳는 방식을 복리라고 합니다.
| 해 | 이자 (더해서 적으면) | 통장 + 서랍 | 곱한 수 (곱해서 적으면) |
|---|---|---|---|
| 1년째 | 500,000원 | 1,500,000원 | ×1.5 |
| 2년째 | 500,000원 | 2,000,000원 | ×1.333… |
| 3년째 | 500,000원 | 2,500,000원 | ×1.25 |
| 4년째 | 500,000원 | 3,000,000원 | ×1.2 |
| 5년째 | 500,000원 | 3,500,000원 | ×1.1666… |
이번에는 정반대입니다. 이자 칸은 다섯 번 다 50만 원이고, 곱한 수 칸은 다섯 번 다 다릅니다. 200만 ÷ 150만 = 1.333…, 250만 ÷ 200만 = 1.25, 갈수록 작아지기만 합니다. 이 장부에서는 덧셈이 규칙("해마다 50만 원을 더한다")이고, 곱셈으로 적으면 오히려 규칙이 숨습니다. 곱셈이 규칙을 드러내는 것은 이자가 잔고에 남아서 다시 불어날 때, 즉 복리일 때뿐입니다. 위 두 장부 그림에서 '이자를 해마다 꺼내 따로 둔다'를 켜면 이 뒤집힘이 그대로 보입니다.
둘째, 이자율이 해마다 바뀔 때입니다. 첫해 50%, 둘째 해 20%, 셋째 해 −10%라고 합시다(역시 계산용 숫자입니다).
| 해 | 이자율 | 곱한 수 | 잔고 |
|---|---|---|---|
| 1년째 | +50% | ×1.5 | 1,500,000원 |
| 2년째 | +20% | ×1.2 | 1,800,000원 |
| 3년째 | −10% | ×0.9 | 1,620,000원 |
곱셈 장부에도 같은 숫자는 반복되지 않습니다. 1.5, 1.2, 0.9가 한 번씩 나올 뿐입니다. 그래도 "이자율을 배율로 바꿔 곱한다"는 적는 법은 남아서, 장부 전체가 한 줄에 들어갑니다.
$$1{,}000{,}000 \times 1.5 \times 1.2 \times 0.9 = 1{,}620{,}000$$덧셈으로는 이 장부를 한 줄로 적을 수 없습니다. 둘째 해 이자 30만 원은 첫해 잔고 150만 원을 먼저 알아야 나오고, 셋째 해의 −18만 원은 둘째 해 잔고 180만 원을 먼저 알아야 나옵니다. 줄이 줄을 불러서, 원금과 이자율 세 개만 보고는 마지막 잔고를 적을 수 없습니다. 곱셈은 이자율 세 개를 배율 세 개로 바꿔 한꺼번에 곱하면 끝입니다.
이자율이 바뀌어도 곱한다는 규칙은 남고, 이자는 여전히 그해 잔고가 만든 결과입니다. 이자가 잔고에 남아 다시 불어나는 한, 규칙은 언제나 곱셈 자리에 적혀 있습니다.